국회는 국민대표기관으로서, 헌법과 법률 규정에 따라 중요 국가기관 구성원 선출권을 가지고 있다. 헌법재판관 9인 중 3인 및 중앙선거관리위원 9인 중 3인은 물론, 국가인권위원회와 특별검사 등 각종 법률기관의 구성 내지 후보 추천과 관련한 국회의 권한은 여야가 안배해 행사해왔다. 이들 권한은 권력분립 대의와 함께 국정 견제 목적인 만큼 국민과 국가를 위해 경건하고 진지하게 행사돼야 한다. 그러나 8일 본회의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박영희) 선출안’ 부결(否決)은 새정치민주연합 측의 추천-보류-재추천 과정에 틈입한 ‘묻지마’식(式) 행태의 문제점을 되돌아보게 한다.

새정치연합은 지난달 3일 추천위원회 만장일치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 상임대표를 ‘야당 몫 인권위원’으로 결정하고, 8월 10일 국회에 추천했다. 그러나 이튿날 11일 의원총회는 박 대표의 2012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17번) 경력 등에 대한 이의로 선임 절차를 보류했다. 선출안 첨부 이력서엔 통진당 경력이 단 한 행도 없지만, 지난해 12월 19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위헌정당으로 해산된 통진당의 주요 인사를 추천한 사실 자체가 공당, 그것도 제1 야당의 헌법감수성을 의심스럽게 한다. 게다가 7일 재추천한 것은 ‘묻지마’에 ‘아니면 말고’ 행태까지 보탠 셈이다.

부결 이후 되레 여당을 타박하고 나서는 모습도 지켜보기 민망하다. 재석의원 260인의 표결 결과는 찬성 99, 반대 147, 기권 14였다. 새정치연합 참석 의원이 121인이어서 적어도 22인이 ‘이탈’했는데도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모두 여당을 탓하면서 ‘정치도의’ 운운했다. ‘우군(友軍)’이라는 일부 인권단체의 환심을 사려 했거나, ‘내 편’이면 무조건 감싸려 했다는 인식을 줄 수밖에 없다. 야당이 국민의 신뢰를 받으려 한다면 이런 처신부터 맹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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