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규 / 연세대 명예교수·경제학

경제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386조70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마련됐다. 전년도 대비 3% 늘었는데, 5년래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보건·복지·노동 분야가 전체 예산의 31.8%를 차지해 사회복지 중심의 예산 구조를 보이고 있다. 분야별로 보면 화급한 국가적 과제가 된 청년 일자리 등 일자리 창출용 예산의 증가율이 가장 높다.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문화 융성’을 위한 문화 분야의 예산과 심각한 남북 상황을 고려한 국방 예산이 상대적으로 증가율이 높다.

그러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6%로 오히려 감소해 대조적이다. 이런 내용에서 볼 때 내년 예산안은 어려운 경제 현실에도 불구하고 규모의 증가율이 절제된 특징을 보인다. 그리고 경기부양의 명분을 가질 수 있는 SOC 예산이 근래에 보기 드물게 줄어들어 지역 선심성 예산을 억제하려는 노력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내년 예산안과 관련해서는 예산편성의 내용보다는 오히려 ‘재정(財政) 건전성’이 논의의 중심에 자리잡게 됐다.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어려움을 고려한 ‘경기 활성화’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관리재정수지의 적자는 37조 원, 그리고 국채 규모는 50조 원 이상 늘어나 국가부채의 규모가 645조2000억 원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16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40%를 초과하고, 2018년까지 41.1%까지 증가하다가 2019년 이르러 다소 감소하는 추이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이런 정부의 전망은 내년 실질경제성장률 3.3%를 달성할 것이라는 예상과 더불어 경기 활성화를 통해 세수 증대와 재정의 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에 근거하고 있다.

정부는 40%대의 국가부채 비율에 대해서는 외국의 경우와 비교해 매우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재정 건전성의 문제를 안이하게 생각할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불과 1년 전 발표한 ‘2014~2018년 재정운용 계획’에 나타난 예상과는 달리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3%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으로 수정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제의 회복세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발생한다면 재정 건전성은 예상보다 빨리 악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복지정책도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한 만큼 재정 지출의 빠른 증가 속도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위험에 빠져 있는 지방재정 문제 또한 국가부채와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지난해 말 기준 73조 원에 이르는 지방공기업의 부채까지 포함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총부채는 100조 원이 훌쩍 넘는다.

지난 8월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25% 이상 되는 3개 광역자치단체와 1개 기초자치단체를 재정위기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지방재정의 위험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 지자체들의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추세를 보일 뿐 아니라, 재정자립도 10% 미만의 지자체, 세수입이 인건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자체가 속출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재정 건전성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와 실천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필요하다면 세수 증대에 대한 논의도 해야겠지만, 재정개혁을 통해 불필요하고 방만한 재정 지출을 개선하려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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