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걸그룹 소나무의 인사법이다. 처음에는 걸그룹답지 않은 작명에 멤버들조차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지금은 가장 기억에 남는 그룹명 중 하나로 꼽힌다. K-팝의 득세와 함께 쏟아지는 아이돌 그룹 중 롱런하는 그룹은 10% 미만이다. 각 그룹의 멤버 면면은 고사하고 이름조차 생소한 그룹이 즐비하다. 이 때문에 각 소속사들은 대중의 기억에 자리잡을 그룹명을 만들기 위해 고심을 거듭한다.
소나무는 걸그룹 시크릿과 BAP 등을 배출한 TS엔터테인먼트의 신무기다. 이 기획사의 대표는 소나무가 공식 데뷔하기 6개월 전 이미 “늘 한결 같고 푸르러라”는 의미로 소나무라는 이름을 붙였다. 풋풋한 이미지와 달리 걸스 힙합(girl’s hiphop) 장르로 차별화 전략을 택한 소나무는 디스코풍 신곡 ‘빙그르르’를 선보이며 활동폭을 넓히고 있다. 그 결과 현재 포털사이트에서 ‘소나무’를 검색하면 이 그룹에 대한 정보가 가장 먼저 뜬다. 김영실 TS엔터테인먼트 본부장은 “멤버들도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지만 지금은 좋은 의미를 담고 기억에 남는 이 그룹명을 좋아한다”며 “그룹명 그대로 항상 생명력 있는 걸그룹이 되길 바라는 소망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녀시대, 에프엑스 등 내로라하는 걸그룹을 론칭한 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선보인 걸그룹 레드벨벳은 여성성이 강한 색인 ‘레드’와 부드러움의 대명사인 ‘벨벳’을 아우른 그룹명이다. 이런 이미지를 강조해 9일 발표한 레드벨벳의 첫 정규 앨범의 제목도 ‘더 레드’다. 멤버 조이는 “강렬하고 매혹적인 느낌의 레드와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느낌의 벨벳에서 연상되는 세련된 퍼포먼스를 보여주겠다는 뜻”이라며 “앞서 발표한 ‘행복’과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레드에 가까운 노래였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그런 이미지를 더 확실히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기획사 내부 공모를 거쳐 그룹명을 정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 한류 걸그룹인 카라의 ‘동생 그룹’이라 불리는 에이프릴은 2개월간 내부 공모를 통해 접수된 여러 이름 중 선택받았다. ‘4월’을 뜻하는 에이프릴은 봄이 시작되는 4월처럼 따뜻하고 새싹이 돋아나는 싱그러움을 의미한다. 또한 1등을 뜻하는 ‘에이(A)’에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옷장식인 ‘프릴(frill)’을 더해 ‘가장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걸그룹’이라는 중의적 의미로 해석된다. 이 외에도 B형 멤버 1명과 A형 멤버 4명이 모인 B1A4, ‘무한한’과 ‘한계가 없는’이라는 영어의 의미를 그대로 차용한 인피니트, ‘음악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라는 의미의 ‘Born To Beat’의 약자인 비투비, 오후 2시에 듣기 좋은 음악을 한다는 의미의 2PM 등이 성공한 작명으로 손꼽힌다.
그룹명을 정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이미 숱한 그룹이 활동 중이기 때문에 뜻하지 않은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우리는’이란 곡으로 주목받고 있는 걸그룹 여자친구는 보이그룹 ‘보이프렌드’ 팬들의 괜한 눈총을 받았다. 여자친구라는 그룹명 때문에 ‘남자친구’라는 의미의 보이프렌드와 연결고리가 생기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긴 탓이다.
기존 활동 중인 그룹과 이름이 겹치는 경우도 있다. 올해 초 데뷔한 실력파 듀오 원펀치는 활동을 시작한 후 2009년 데뷔한 동명 그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국 원펀치 측은 기존 그룹 측에 양해를 구하고 영문 표기는 달리하는 것으로 원만히 합의를 이뤘다. 걸그룹 티아라의 소속사에서 새로 선보인 다이아의 경우도 14년간 활동해 온 아카펠라 그룹 다이아가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 이 그룹의 멤버는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존심이 상하고 착잡하다”는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가요계에는 ‘가수의 운명은 이름 따라 간다’는 징크스가 있을 정도로 작명이 중요하다”며 “잘 지으면 엄청난 브랜드 로열티를 발생시키지만 잘못 지으면 대중의 뇌리에 기억조차 되지 못하기 때문에 신인 그룹 론칭을 앞둔 기획사들은 좋은 그룹명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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