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사상가 장자 / 김정탁 지음 / 사람의무늬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김정탁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장자(莊子)를 소통의 관점에서 풀었다. 여기서 소통은 간단치 않은 의미다. 저자가 어렵기 그지없는 장자를 이해하는 맥으로 내세우는 게 제물론(齊物論)의 처음에 나오는 오상아(吾喪我·내가 나를 초상 치르다)이다. 오(吾)는 불교에서 말하는 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 본래진면목(本來眞面目)의 ‘나’이다. 아(我)는 우리가 태어나고 살아오면서 만들어지는 자아(自我) 곧 에고(ego)다.

종교나 수행 세계는 종국에 자아를 해체하는 데에서 만나는데, 불교의 ‘항복기심’(降伏其心·마음을 항복받는 것)이나 기독교의 ‘거듭남’, 장자의 ‘무기’(無己)는 그런 차원이다. 저자는 불교뿐 아니라 기독교 등 종교 쪽의 해박한 지식을 접목해 장자를 수행의 방법론으로 읽는다는 생각이 든다. 에고가 없어진 상태야말로 사람뿐 아니라 자연과 소통하는 최고의 단계에 이른 것이다. 주체와 객체, 상하 구별 없는 수평적 소통(커뮤니케이션)의 단계다. 저자는 장자에서 그 목표와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읽어간다.

저자가 지난 7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세계커뮤니케이션학회(WCA) 콘퍼런스에서 최우수논문상을 받은 ‘암과 동아시아 전통적 커뮤니케이션의 역할’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그는 암 환자의 커뮤니케이션 관련 연구팀을 만들어 암이 완치됐거나 호전 중인 환자 19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논문을 작성했다. 진정한 소통의 단계는 암을 치유한다는 놀라운 발견인데, 그는 장자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을 기초로 암 환자 대상 정신치료법을 개발하려 하고 있다.

책은 장자가 직접 쓴 것으로 여겨지는 ‘내편’ 중에 소요유(逍遙遊), 제물론, 양생주(養生主), 인간세(人間世)까지 다룬다. 나머지 덕충부(德充符), 대종사(大宗師), 응제왕(應帝王)은 다른 책으로 낼 예정이다. 소요유는 총론, 제물론은 그것의 이론적인 틀, 나머지는 각론에 해당한다.

제물론에서 제물(齊物)은 ‘사물을 가지런히 하다’는 의미다. 세상 만물을 자연이 준 그대로 우리 마음속에 놔둠으로써 하나 되게 만드는 것이다. 즉 에고가 만들어 내는 망상을 깨고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나(我)를 없애고 본래의 나(吾)를 찾아 무기(無己)의 상태에 이를 때 가능하다. 제물론 첫머리의 남곽자기(南郭子기)와 제자 안성자유(顔成子游)의 문답 속에 그 방법론이 나온다. ‘말라죽은 나무와 같은 몸’(槁木之形)과 ‘불 꺼진 재와 같은 마음’(死灰之心)이다. 남곽자기는 감관(感官)작용을 멈춤으로써 몸은 죽은 나무처럼 됐고, 심관(心官)작용을 멈춤으로써 마음은 불 꺼진 재처럼 돼 상아(喪我)의 상태에 이른 것이다. 즉 몸의 감각과 마음이 만들어 낸 에고를 죽이는 방법은 감각과 마음의 작용을 멈추는 것이다. 이는 불교에서 명상할 때 몸과 마음이 정지된 사마타(samatha) 개념과 흡사하다. 온전한 소통은 치유를 가져온다. 장자를 그런 관점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엄주엽 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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