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춘자(59)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수석 부회장은 ‘국내 여자 프로골프 1호’로 한국 여자프로골프의 산증인이다.
강 수석 부회장은 1978년 4명으로 출발한 국내 여자프로 원년 멤버이며 지난 37년 동안 KLPGA를 굳건히 지켜왔다. KLPGA는 어느덧 회원 수가 2000명을 넘었고, 정규투어는 29개에 총상금은 2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2부 및 3부 투어, 시니어 투어 등 4개 투어를 포함하면 대회 수는 100개가 넘는다. 강 수석 부회장은 KLPGA투어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대 투어로 성장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강 수석 부회장은 협회 창립 때는 전무, 2007년부터 부회장, 그리고 지금은 수석 부회장을 맡고 있다. 한 번도 KLPGA 문밖을 나선 적이 없다.
강 수석 부회장이 골프와 인연을 맺은 건 39년 전인 1976년. 그는 “당시 뚝섬경마장(서울 성동구) 내 퍼블릭 골프장에서 캐셔로 일하던 언니 덕에 캐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골프와 만났다”고 말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에서 1978년 여자 프로골퍼를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골프장마다 여자 프로 지망생을 모집했다. 강 수석 부회장은 “뚝섬경마장에서 여자 프로 지망생 8명이 나왔지만 1주일이 지나니 다른 7명은 ‘힘이 든다’며 포기하고 나 홀로 남았다”고 기억했다. 강 수석 부회장은 고교 1학년 때까지 배구선수였고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획득했을 만큼 뛰어난 운동 소질을 지녔다. 그래서 버틸 수 있었던 것.
여자 프로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1978년 5월 경기 양주 로얄 골프장(현 레이크우드 골프장)에서 처음 프로 테스트가 열렸다. 8명이 응시해 강 수석 부회장이 2라운드 합계 155타를 쳐 ‘수석’을 차지했고 회원 번호 ‘1번’이 됐다. 2위는 한명현, 3위는 구옥희, 4위는 안종현. 모두 4명이 관문을 통과했다.
강 수석 부회장의 프로 입문 동기생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 회원 번호 4번 안종현은 백혈병으로 1983년, 2번 한명현은 암 투병 끝에 2012년, 그리고 3번 구옥희는 2013년 심장마비로 숨졌다.
강 수석 부회장은 프로가 된 그해 가을 첫 여자대회였던 ‘한장상배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안았다. 4명이 출전했고, 총상금은 100만 원이었으며 우승상금은 50만 원이었다. 이후 재벌가 사모님들이 숙녀회 골프모임을 통해 기금을 갹출해 대회를 치렀던 게 여자골프의 근간이 됐다. 당시 대기업 과장급 월급이 2만5000원 정도였고, 우승상금은 대회 규모에 따라 10만~50만 원이었다.
여자 프로가 40명으로 늘자 1988년 KPGA에서 독립해 KLPGA가 탄생했다. 초창기엔 선수 출신의 김성희 씨, 남자 프로 출신인 한장상 씨가 협회장을 맡았고 이후 기업인 출신들이 협회를 이끌었다.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한화 계열사 사장이던 성하현 씨가 협회장으로 취임한 뒤 사단법인을 만들어 협회다운 기능을 가동했다. 이후 조동만 전 한솔그룹 회장,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 선종구 하이마트 대표, 지금의 구자용 E1 회장 등 기업인 출신이 KLPGA 회장을 맡으면서 질적·양적인 팽창을 거듭했다.
강 수석 부회장은 1996년까지 현역선수 생활을 겸했다. 그는 “프로가 됐지만 국내엔 출전할 만한 대회가 무척 적어 일본으로 건너가 구옥희와 함께 1981년부터 1987년까지 활동했다”고 말했다. 강 수석 부회장은 한국여자오픈 초대챔피언에 오르는 등 KLPGA투어에서 10승을 거뒀다. 국내 선수 중 10승 이상을 남긴 건 강 수석 부회장을 포함해 구옥희, 고우순, 정길자 등 4명뿐이다. 박세리, 신지애도 국내에선 두 자릿수 승수를 채우지 못했다. 강 수석 부회장은 홀인원을 7차례나 경험했다. 일본에서 기록했던 67타가 개인 최저타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회 스폰서가 ‘부도수표’를 남발하곤 했다. 강 수석 부회장은 “대회를 무사히 치러 우승자가 결정됐지만 대회를 연 기업에서 ‘회사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상금을 주지 않아 협회에서 약간의 보조금을 준 적도 서너 차례 있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강 수석 부회장은 “미국에서 한국 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친 게 KLPGA가 발전하는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여자골프대회에 대한 기업의 인식변화도 발전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강 수석 부회장은 “기업들이 고객 만족도가 높은 프로암대회를 통해 고객관리를 꾸준히 하고 있다”면서 “실제 공식 대회 이외에 기업에서 고객을 초청하는 ‘이벤트 프로암대회’를 연간 40여 개 정도 치르고 있다”고 귀띔했다. 삼성그룹에서도 연간 3~4개의 고객 초청 프로암행사를 마련하는 등 기업마다 ‘줄’을 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으로서는 적은 돈으로 최고의 효과를 얻을 수 있고, 협회는 시드가 없는 회원들에게도 약간의 수입을 보장해 줄 수 있다.
지금은 협회가 프로암행사의 공인료를 받고, 선수를 파견하고 있다. 강 수석 부회장은 “협회는 프로암을 통해 기업과 협회 소속 선수들 사이의 신뢰관계를 조성했다”며 프로암을 통한 마케팅으로 인해 KLPGA투어 대회 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대회가 끝날 때마다 스폰서 기업에 출전선수 140명이 감사의 편지를 보내고 있다. 감사의 편지를 받은 기업은 다음에도 대회를 계속 개최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강 수석 부회장은 “KLPGA투어가 보다 안정되기 위해선 보완해야 할 사안들이 있다”며 “스폰서 기업이 바뀌더라도 LPGA처럼 대회의 연속성을 갖도록 해 ‘100년 대회’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방안,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의 국내 정착을 돕고 국내 대회를 활성화하기 위한 ‘U턴 프로그램’ 도입을 적극 검토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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