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프린지’와 ‘태슬’ 장식이 눈에 띄었습니다. 재킷과 스커트를 비롯해 가방과 구두, 액세서리까지 말이죠. 프린지(fringe)는 옷감의 올을 빼거나 가죽을 잘라서 만드는 술 장식입니다. 고대에는 천 가장자리 올 풀림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활용했다고 합니다. 프린지가 바탕천에 붙어 있는 것과 달리 태슬(tassel)은 신발의 앞부분 가죽 위나 신발끈, 가방끈 끝 등에 부착하는 작은 술 장식입니다. 어깨에 두르는 숄의 둘레에 마치 수염처럼 달린 부분이 프린지, 남성용 로퍼의 발등에 대롱대롱 매달린 장식이 태슬. 쉽게 그림이 그려지시죠?
프린지는 움직일 때마다 물결처럼 흔들리는 극적인 효과를 냅니다.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댄서들이나 현란한 기타 기술을 선보이는 로커들이 프린지 장식의 드레스와 가죽 재킷을 즐겨 착용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케이트 모스와 미란다 커, 소녀시대 같은 연예인뿐만 아니라 패션 블로거 중에도 프린지 장식을 한 모습을 자주 포착할 수 있습니다.
프린지로 대표되는 70년대 스타일은 1973년과 1979년 두 차례 오일 쇼크(석유 파동)로 환경 문제가 부각되고, 극심한 인플레이션 현상과 늘어가는 실직률로 세계 경제가 최악의 불황에 빠졌을 때 생겨난 것입니다. 당시 젊은이들은 베트남 전쟁 반대를 외치며 미국 원주민이나 인도, 아프간의 민속 복식에서 차용한 꽃무늬나 주름, 술 장식을 더한 의상을 입었습니다.
자유와 평화, 전쟁 반대의 이념을 옷으로 표현한 70년대 패션이 2015년 봄부터 가을까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는 사실이 참 묘하기도 합니다.
비약하자면, 내전과 난민 문제, 바이러스의 유행과 여전한 경제 불황 속에서, 인간다운 자유정신을 소중하게 여기자는 뜻에서 시작한 ‘히피’ 패션이 다시 유행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귀결일지도 모릅니다.
쉽게 따라 할 만한 스타일은 사실 아닙니다. 제 주변 사람들은 프린지가 주렁주렁 늘어진 코트나 케이프가 마치 커튼이나 양탄자를 걸친 것 같아 보인다며 손사래를 치더군요. 프린지 의상 대신, 프린지가 둘러져 있거나 태슬 끈으로 입구를 여밀 수 있는 버킷백(양동이나 복주머니처럼 둥근 형태의 가방)이나 태슬 장식이 달린 로퍼, 작은 술 장식의 액세서리에 먼저 도전해 보시면 어떨까요. 70년대 멋 좀 부리셨던 어머니의 옷장이나 빈티지 매장을 뒤져 봐도 괜찮은 아이템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린지 스타일 이면에 숨겨진 정신, 즉 자유와 사랑과 평화가 모두에게 퍼져 가기를 바라 봅니다.
권은주 패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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