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확대간부회의에서 문재인(왼쪽) 대표와 이종걸(가운데) 원내대표가 오영식 최고위원의 발언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확대간부회의에서 문재인(왼쪽) 대표와 이종걸(가운데) 원내대표가 오영식 최고위원의 발언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文, 재신임 기준 상향 초강수 … 정당성 확보 해석
허찔린 비주류 무조건 반대 어려워 수용여부 고심

文 정면돌파 성공땐 리더십 회복 … 일부 탈당할수도
실패땐 지도부 해체 뒤 비대위 체제 전환 등 전망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1일 재신임 투표와 관련해 당원이나 국민 어느 한쪽이라도 불신임이 더 많이 나오면 사퇴하겠다는 새 카드를 제시하면서 재신임을 둘러싼 주류·비주류 간의 힘겨루기 양상이 어떻게 변화될지 주목된다. 문 대표는 자신의 재신임 제안에 대해 비주류 측이 조기 전당대회론으로 맞서고 지도부 내에서조차 재신임 투표 철회를 주장하자 재신임의 기준을 높인 새로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재신임 투표 시행 자체를 반대해온 비주류 측으로서도 문 대표가 대표직을 잃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재신임안을 다시 제시함에 따라 무조건 반대하기도 어렵게 됐다. 문 대표가 재신임을 받게 되면 문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불신임되면 연석회의 또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당이 전환되거나 임시 전당대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새 카드 제시한 배경 = 비주류는 혁신안의 중앙위원회 통과와 재신임 투표에 문 대표의 거취를 연계한 것에 대해 ‘꼼수’라며 반발했다. 중앙위 구성상 주류가 다수를 차지해 혁신안이 부결되기 어렵고, 재신임 투표 역시 문 대표에게 우호적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의원 등이 재신임을 물으려면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 같은 인식이 깔려 있다. 이와 함께 범주류로 분류되는 정세균 상임고문이 연석회의를 제안하고, 오영식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재신임 투표에 반대하는 등 주류 내부에서도 분열이 가시화됐다.

문 대표는 재신임 투표의 진정성이 의심받으면 설령 재신임을 받더라도 리더십을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당원과 국민을 분리해 의사를 물음으로써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다고 하는 당원들의 의사를 따르겠다는 의지를 보여 재신임 투표의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한 것으로 해석된다. 새정치연합 고위 관계자는 “당원에게 불신임 받으면 물러나겠다고 밝힌 만큼 비주류에서도 더는 ‘꼼수’라는 비판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주류 어떻게 대응할까 = 재신임 투표에 반대해 온 비주류로서는 다소 허를 찔린 상황이다. 이날 사전최고위원회의에서 전병헌 최고위원의 주도로 일단 당내 문제는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주승용 최고위원은 공개 발언을 하지 않았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정감사는 야당의 1년 농사”라며 “야당 스스로 포기하는 듯한 행동은 과감히 자제돼야 하며 당내 문제는 설사 생명을 건 혁신의 문제라도 국감에 양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주류 측은 여전히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최고위 이후 기자들과 만나 “반대한다”고 밝혔다. 전당대회를 열자는 요구 역시 쉽게 접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문 대표의 제안을 무조건 반대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하지 않기로 한 상황에서 재신임 투표를 ‘꼼수’라고 비판하기만은 쉽지 않다. 권리당원은 문 대표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 호남 지역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표가 짠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한 시도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주말쯤 혁신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계획이어서 국면 전환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재신임 투표 강행에 반발해 최고위원들이 다수 사퇴할 경우 지도부가 무너져 재신임 투표 자체의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

◇재신임 투표 결과에 따라 야당 요동 = 재신임 투표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그 결과에 따라 야당의 미래가 좌우된다. 문 대표의 정면 돌파가 성공할 경우 당은 문 대표 체제로 급격하게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표는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재신임을 받을 경우 재창당에 가까운 뉴 파티(New Party)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탈당한 뒤 신당에 합류하는 인사들이 나올 수 있다. 문 대표가 불신임을 받을 경우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해체되고 일단 연석회의나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 총선을 치를지, 임시 체제를 유지할지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

조성진·손우성 기자 threem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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