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터 現회장 4선 당시도
선거 연기 요청에 귀 닫아

월드컵 유치 비리도 무시
보고서 내용까지 축소해


불리한 지적은 일단 뭉개고 시간이 흘러 흐지부지되기를 기다리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무사안일’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회원국 동의도 없이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추천서를 돌린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선거 부정 개입 의혹에 대해 지난 8월31일 정몽준 FIFA 명예부회장이 조사를 요구했지만, FIFA는 이번에도 어물쩍 넘어갔다.

FIFA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도메니코 스칼라 회계감사위원장은 11일 “FIFA 윤리위원회의 청렴성 검증을 통과한 후보만 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집행위원회 권한 축소 등 8대 개혁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FIFA가 회장 후보에게 청렴을 요구할 만한 윤리적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회장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면서 진정한 개혁의 디딤돌을 놓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란 지적이다. 로이터통신은 “FIFA의 변화 가능성은 불확실하다”며 “포괄적인 개혁안이 나왔지만, 표결 단계까지 갈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고 비판했다.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스칼라 위원장이 제출한 개혁안은 3년 전에 이미 나왔던 내용”이라며 “게다가 개혁 태스크포스는 이와 별도로 개혁안을 만들어 12월 17~18일 집행위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부정적 전망이 나오는 것은 조직의 위기라고 부를 만한 사태가 벌어져도 대충 넘겨온 게 FIFA의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FIFA는 과거 회장 선거를 앞두고 터진 이런저런 스캔들로 ‘정상적 선거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선거를 연기하란 요구가 분출됐을 때도,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선거를 강행해왔다. 부패 척결이나 조직 투명성 강화 등 제기된 쟁점은 선거 뒤에 항상 없었던 일이 됐다.

제프 블라터 현 회장이 5선에 성공한 지난 5월 선거 직전에 미국과 스위스 사법당국의 FIFA 비리 수사라는 ‘폭탄’이 터졌고, UEFA에서 FIFA 총회 보이콧까지 거론하며 선거 연기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1년 선거 때도 블라터 회장의 대항마로 나선 무함마드 빈 함맘 전 AFC 회장의 매표 행위 의혹을 터뜨려놓고, 막상 선거 연기 요구가 나오자 무시했다.

특히 2011년에는 세계적 반부패 비정부기구(NGO)인 ‘국제투명성기구’까지 나서 “매표 행위 의혹이 불거져 공정한 선거가 불가능하니, 전면적인 비리 조사를 통해 투명성을 회복한 이후로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FIFA는 선거를 그대로 진행했고, 함맘 전 회장의 사퇴로 단독 후보가 된 블라터 회장이 손쉽게 당선됐다.

정 명예부회장의 부정 선거 의혹 제기 기자회견 때도 블룸버그통신이 FIFA 내부 관계자를 인용, “회장 선거 때마다 부정에 대한 의혹이 나왔지만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FIFA가 정 명예부회장의 지적을 무시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FIFA는 또 지난해 마이클 가르시아 전 윤리위 수석조사관의 2018년 및 2022년 월드컵 유치 비리 의혹 조사 결과를 무시했고 가르시아 전 조사관의 보고서 내용까지 축소 발표했다. 무사안일주의의 전형적 사례였다.

한편 미국과 스위스 사법 당국은 오는 14일 합동으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24~25일엔 FIFA 집행위가 예정돼 있어 FIFA 개혁, 아니 부패 스캔들은 중대한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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