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노사정(勞使政)위원회 협상이 13일 잠정 타결됐다. 지난 4월 협상 결렬의 단초가 됐던 일반해고 기준 설정과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두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면서 큰 틀의 합의안을 도출했다. 임금피크제를 통한 청년고용 확대에 노사가 공감한 대목도 눈에 띈다. 노사정위가 논의를 시작한 지 1년여 만의 성과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나온 노사정 대타협이 외부 강제 성격이 컸던 데 비하면 자율적인 첫 합의라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무슨 ‘대타협’을 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적잖다. 반목과 갈등을 넘어선 것은 환영할 일이나 손에 확연히 잡힐 만한 구체성이 없다.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산술 평균’한 식인 데다, 그나마 합의 내용도 모호하거나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대화와 타협이 중요하지만 그것은 수단일 뿐, 개혁의 최종 목적일 수 없다. 노동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3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높은 수준으로의 개혁이어야 한다. 둘째, 골든 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 마지막으로 노사정이 적극 참여해 양보와 타협을 이뤄내는 게 바람직하다. 13일 합의는 하나의 요건을 간신히 갖췄을 뿐 나머지는 미완의 과제로 남겼다.

‘9·13 합의안’은 낮은 수준의 타결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노동개혁은 고용·임금의 경직성을 깨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청년 등 노동 약자들의 기회를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합의안에는 이를 위한 장치들이 빠져 있다. 고용 유연성을 위한 파견 규제 완화도, 임금 유연성을 위한 호봉제 폐지도, 강성노조의 파업 남발을 막을 수단도 주요 의제에서 밀렸다. 정부는 일반해고·취업규칙 쟁점에 집착하면서 개혁의 큰 줄기를 놓치더니 그것마저 중장기 과제로 미봉해 버렸다. 정부의 후퇴로 사실상 지난 4월 국면으로 되돌아가면서 이미 5개월을 허비했다.

게다가 노사정이 합의한 내용도 법제화까지 난관이 수두룩하다. 주요 사안마다 ‘정부가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도록 한다’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또 이번 협상에 불참한 민주노총과 야당의 반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절차 등도 간단치 않을 것이다. 당초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번 주 노동개혁 5개 법안 독자 입법을 공언했지만, 노사정이 설정한 ‘협의’ 단서로 또다시 개혁의 시간이 지연될 우려가 커졌다.

이해당사자들의 자율 합의로 노동개혁을 이룬 전례는 거의 없다. 9·13 합의도 첫발을 뗀 것일 뿐이다. 노동개혁 성공의 관건은 여전히 정부의 의지다. 스페인은 2012년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의 정규직 과보호를 깨는 개혁으로 성장엔진이 되살아났다. 프랑스 좌파 정권마저 대대적인 노동개혁을 선언했다. 노동개혁이 한국경제 재도약을 이끌려면 ‘합의의 덫’에 빠져 두루뭉술한 내용에 그치거나 실기해선 안 된다. 정부가 실질적인 노동개혁을 주도하고, 관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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