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인치 갤럭시탭 망할 것” → 화면 계속 키우다 올핸 12.7인치
‘가장 좋은 펜은 손가락이라더니….’
애플이 최근 차세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신제품을 대거 발표한 가운데, 창업자 스티브 잡스 이후 애플의 역사가 ‘자기 부정’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최근 애플은 잡스가 고집했던 자사 제품의 정체성을 스스로 뒤집으며 경쟁사들이 내놓는 제품의 특징을 채용하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애플은 12.7인치 대화면 아이패드프로와 함께 전용 펜인 ‘애플 펜슬’을 선보였다. 이는 과거 애플의 행보와 비교하면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만한 사건이다.
잡스는 지난 2007년 처음 아이폰을 발표하는 무대에서 “누가 스타일러스 펜을 원할까? 펜은 쓰고 놔두고 결국은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아무도 펜을 원하지 않는다. 터치할 수 있는 세상의 가장 좋은 도구는 누구나 갖고 태어난다. 손가락이다”라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잡스의 뜻대로 애플은 지금까지 펜을 탑재한 제품을 만들지 않았으나 최근 펜을 탑재한 대화면 제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결국 이번에 처음으로 전용 펜을 내놓았다.
사실 애플의 자기 부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애플의 첫 자기 부정은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플은 그해 7.9인치 아이패드미니를 처음으로 출시했다. 팀 쿡 애플 CEO는 당시 제품을 공개하며 “믿기지 않는 혁신”이라고 자찬했다.
그러나 결국 이는 자신들의 기존 입장을 뒤집은 꼴이었다. 잡스는 삼성전자가 2010년 내놓은 첫 7인치 태블릿PC 갤럭시탭을 겨냥해 카테고리가 모호하다며 “7인치 태블릿은 ‘도착 즉시 사망(DOA·Dead On Arrival)’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당시 애플의 주력 태블릿PC는 9.7인치 아이패드였다.
지난해에는 대화면을 아이폰에 채용한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를 처음으로 내놓으며 자기 부정의 역사를 이어갔다. 잡스는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아이폰의 크기를 3.5인치로 고수했다.
그러나 애플은 잡스 사후 처음 출시된 아이폰5(2012년)에서 처음으로 4인치를 채용한 뒤 2014년 아이폰6와 아이폰6S에서는 4.7인치와 5.5인치 대화면을 본격적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시장의 대세를 따라 대화면 스마트폰을 내놓은 이후 아이폰의 점유율과 판매량은 크게 상승했다. 대화면 스마트폰 카테고리는 삼성전자가 2011년 갤럭시노트로 처음 개척한 시장이다.
물론 경쟁사들이 아이폰의 특징을 채택하며 자기 부정에 나서는 사례도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분리형 배터리를 아이폰과 비교해 강점으로 내세웠으나 올해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S6나 최근 출시된 갤럭시노트5에는 일체형 배터리를 탑재했다. 일체형 배터리를 채택하면 좀 더 얇고 매끈한 디자인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만이 혁신의 아이콘이던 시절은 지났다”면서 “시장의 흐름을 보면서 업체들 간에 서로의 장점을 빌려오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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