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화학요법의 오해와 진실흔히 드라마의 배역이 암 환자로 설정되는 경우, 극적인 효과를 위해 부작용을 과장해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백혈병의 항암 치료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모든 암 치료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암 환자들은 브라운관을 통한 경험에서 비롯된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해 치료를 거부하거나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의료진은 환자의 병기, 상황 등을 고려한 치료제를 선택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치료를 제안하지만, 환자가 마음의 안정을 되찾기란 쉽지 않은 과정이다.

암 중에서도 재발과 전이가 잦은 유방암의 경우, 유병기간이 길어 평생 관리를 요하기 때문에 항암 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부담이 더욱 크다. 하지만 최근 조기 진단율이 증가하고, 항암 화학요법·호르몬치료법·표적치료법 등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유방암은 치료 가능한 질환으로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질환 유형·상태 등을 고려해 개개인에 맞는 최적의 치료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전이성 유방암에 대한 중심적인 치료는 여전히 항암 화학요법이다. 그간 항암 화학요법은 암 치료의 가장 기본적이자 중요한 치료법임에도 불구하고 표적항암제 등 최신 치료제들에 가려 그 역할이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표적항암제나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맞춤 치료 등은 특정 유전자나 생체 지표를 가진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사용이 가능하고 내성 등의 한계점이 존재해 단독 투여로 완치에 이르기는 어렵다고 평가받고 있다. 전통적인 항암 화학요법과 표적항암제를 병용 투여하는 요법이 하나의 표준 치료로 자리 잡는 등 항암 화학요법은 항암 치료에서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다만 항암 화학요법으로 인한 선입견이 여전히 문제다. 환자들이 지레 겁을 먹다 보니 항암 화학요법으로 치료를 받으면 오히려 상태가 악화될 것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암 자체가 삶의 질에 영향을 끼친다는 부분을 간과하는 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암을 잘 치료하면 삶의 질은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전이성 유방암은 일종의 만성병으로 인지해야 하며 그 치료 목표를 ‘생존기간 연장’에 두고 향상된 삶의 질을 추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의료진이 추구하는 바다. 항암 화학요법도 입증된 치료제를 통해 증상, 질병의 진행 속도, 환자 병력을 고려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순차적으로 잘 진행하면 생존기간 연장과 더불어 삶의 질 향상도 가능하다. 생존기간 연장과 같은 치료 효과를 높이면서도 부작용은 줄인 할라벤(성분명 에리불린 메실산염) 등의 최신 치료제가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유다.

유방암 전이나 재발 후의 생존기간이 기존 6개월에서 1년 정도에 불과했던 데 반해, 지금은 전체 전이성 유방암의 생존기간이 2∼3년 정도로 향상됐다. 또 항구역(抗嘔逆)제, 백혈구촉진제 등 보조 요법제가 개발되면서 증상 조절이 가능해져 환자들이 사회생활을 영위하면서 치료를 받는 등 치료 환경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암 치료에 대한 오해로 거부감을 갖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의료진과 환자의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담당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을 통해 암 환자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찾아 치료를 하면서 상태가 개선됐는지 논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문병인 이화여대 여성암병원 유방암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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