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대회의실에서 노사정 대표들이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대환 노사정위 위원장, 김정숙 노사정위 공익위원.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대회의실에서 노사정 대표들이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대환 노사정위 위원장, 김정숙 노사정위 공익위원.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 100여 명이 참석한 ‘노사정 야합조인식 저지 및 대표자 투쟁 결의대회’에서 산별노조위원장 및 지역본부장 20여 명이 삭발 시위를 하고 있다.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 100여 명이 참석한 ‘노사정 야합조인식 저지 및 대표자 투쟁 결의대회’에서 산별노조위원장 및 지역본부장 20여 명이 삭발 시위를 하고 있다.
노사정委, 협의체 신설
정부는 法的연구 나서

2대쟁점 초보적 합의
파견확대 논의도 못해
곳곳 암초에 가시밭길


15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만장일치로 의결하면서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본격화됐다. 앞으로 노동개혁은 노사정위 논의와 정부 지침, 국회 입법 등 3개 트랙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노사정 간 이견이 첨예했던 저성과자 해고 요건과 취업규칙불이익 변경 완화 등 2대 쟁점은 ‘노사정이 충분히 협의하기로’ 초보적인 수준의 합의를 한 만큼 앞으로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입법 과제인 비정규직 기간연장·파견확대는 노사정위에서 아직 논의조차 시작되지 못한 상황이어서 복병으로 남아 있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 만날 암초를 노사정과 정치권이 얼마나 잘 극복할 수 있는지가 노동개혁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노동개혁의 3개 트랙=노사정 합의가 도출됐지만,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한 핵심적인 쟁점과 입법과제가 남아 있다. 이에 따라 노동개혁 과제들은 노사정위, 정부, 국회 등 3개 트랙에서 동시에, 혹은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일단 통상임금 범위와 실업급여 강화, 출퇴근 재해 산재 적용 등 3개 법안은 국회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임금 범위의 경우 기본급만 통상임금에 포함해왔으나, 2013년 12월 대법원은 상여금·근속수당·교통비·식비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노사정은 노사정 합의를 통해 ‘근로자에게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사전에 정한 일체의 금품’이라고 정의했다. 주 12시간까지 허용하는 연장근로에 휴일근로를 포함해 현행 68시간인 근로시간을 주 52시간까지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법제화된다. 실업급여 수준을 실직 전 임금의 60%(현행 50%)까지 올리고, 수급기간을 30일 더 늘리는 내용의 법 개정도 추진된다.

◇‘일반 해고·취업규칙 변경’ 등 2대 쟁점=노사정 합의문 추인을 위해 열린 14일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전체 위원 48명 중 15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들은 2대 쟁점에 대한 정부 지침 마련에 노동계가 찬성했다는 것에 가장 큰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지침은 정부의 고유한 행정권한으로, 입법 과정 없이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집행부는 정부가 일방적인 지침 마련을 하지 못하도록 합의문에 확실한 단서를 달았다며 위원들을 설득했다. 노사정 합의가 도출됐으나, 의견 차가 여전한 만큼 2대 쟁점 추진을 위한 논의는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사정위는 이달 중으로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를 열고 2대 쟁점과 관련한 협의체를 신설할 예정이다. 합의문에 따라 노사정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우선 지침을 마련하고, 중·장기적으로 법제화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장기적으로 법제화할 때까지 놔둘 수는 없다”면서도 “더 이상 협의할 게 없다고 할 때까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정부는 저성과자 해고와 성과중심 임금체계 개편 등의 법적 쟁점을 연구하기 위한 사업을 오는 11월까지 실시키로 했다. 지난 8월 국내 교수와 전문가 등 10명에게 용역 발주를 해놓은 상태다. 정부는 기존 판례를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저성과자 해고 요건을 명확히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충분한’ 협의를 통해 어느 정도 수준까지 노사정 간 의견 일치를 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기간 연장·파견 확대’가 복병=노사정 합의 성공에는 노동계가 반발한 2대 쟁점에 대한 중재안이 극적으로 마련된 것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그런데 2대 쟁점만큼이나 노사정의 인식차가 큰 의제가 비정규직 기간 연장·파견 확대다. 정부는 35세 이상 기간제 근로자가 원할 경우 사용기간을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일부 인력난을 겪는 제조업과 고소득·전문직 고령자 등에 한해 파견업종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노동계와 야당은 이는 비정규직·파견 근로자를 고착화하고 양산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며 폐기를 요구해 왔다. 지난 3월 노사정 논의 과정에서 관련 논의는 한치도 진행되지 못한 채 추후 과제로 남겨졌다. 이번 합의문에도 ‘관련 당사자를 참여시켜 공동실태조사,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집중적으로 진행해 대안을 마련하고, 합의사항은 정기국회 법안 의결 시 반영토록 한다’고 명시됐을 뿐이다. 이를 둘러싼 노사정 논의가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상황인 것이다. 입법 사항인 만큼 새누리당은 일단 여당안을 발의해 놓고, 12월 정기국회 마감 전까지 노사정 합의안이 나오면 이를 법안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 비율이 여야 동수인 상황에서 노사정 합의 없이 법안을 처리하기 힘든 점을 감안한 것이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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