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으로 들어선 김광도가 안쪽 자리에 앉아 있는 신지현을 보았다. 신지현도 김광도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흰색 파카를 입고 긴 머리를 뒤로 묶었는데 갸름한 얼굴이 돋보인다. 주위의 시선이 신지현에게 모였다. 오후 3시, 가게에 있다가 연락을 받고 온 것이다.

“여기서 만나다니.”

다가선 김광도가 웃음 띤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신지현이 손을 잡으면서 따라 웃었다.

“오랜만이야, 오빠.”

신지현은 김광도의 대학 2년 후배로 28세, 4년 전에 1년쯤 사귀고 나서 헤어진 여자다. 당시는 신지현이 증권회사에 다녔고 김광도는 변변한 직장을 잡지 못했던 때였다. 김광도는 신지현과 헤어지고 나서 신의주로 떠난 셈이다. 그리고 신의주에서 다시 이곳 한랜드로 왔다. 자리에 앉아 커피를 시킨 뒤 김광도가 물었다.

“여기서 직장 잡으려고 왔다고?”

“응.”

“어디 연락해 놓은 데 있어?”

“아직.”

“그냥 온 거야?”

“응.”

“누구 아는 사람 있어?”

“오빠 있잖아?” 하고 신지현이 웃었으므로 김광도가 입맛을 다셨다. 한 시간쯤 전에 전화가 왔을 때 김광도는 목소리도 잊어버려서 누구냐고 물었다. 신지현과 헤어진 이유는 김광도의 앞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지현이 대놓고 말한 적도 있다.

“오빠는 장래성이 없어. 비전이 보이지 않아.”

당시에 김광도는 주차요원, 퀵서비스, 대리운전, 편의점 알바 등을 닥치는 대로 뛰는 중이었다. 입사지원서를 200통도 더 썼고 면접은 37번까지 봤다. 서류 합격은 65회, 속아서 피라미드 조직에 들어간 적도 있으며 입사하면서 사기로 350만 원을 날린 적도 있다. 그것을 모두 숨기고 있다가 대리운전이 발각되면서 터졌다. 비록 헤어지기는 했지만 그동안 열심히 살았다. 가져온 커피를 한 모금 삼킨 김광도가 신지현을 봤다.

“정우한테서 내 이야기 들었다고?”

“응, 여기서 오빠를 만났다고 해서.”

그때는 김광도가 막 실크로드를 설립하려던 참이었다. 신지현이 정색하고 김광도를 봤다.

“여기서 사업을 하겠다고 하니 정우 선배가 말렸다면서?”

“그랬지.”

이정우는 김광도와 대학 동기로 한랜드에 취업차 왔다가 추위에 질색하고 돌아갔다. 김광도보다 절박한 상태가 아닌 것도 그 이유가 될 것이다.

“너 진짜 나 보려고 온 거야?”

김광도가 확인하듯 물었더니 신지현이 풀썩 웃었다.

“내 소식 못 들었어?”

“그래.”

“정우 오빠도 이야기 안 해?”

“안 했어.”

안 했다기보다 묻지도 않았다. 대학 동기나 후배 대부분이 김광도가 신지현에게 차인 줄 아는 것이다. 그래서 이정우도 신지현 이야기를 꺼내지 않더니 이놈은 돌아가서 이야기를 한 모양이다. 신지현이 말을 이었다.

“나, 결혼했어.”

“잘했구나. 그럼 남편하고 같이 온 거냐?”

“결혼했다가 1년 만에 이혼했지. 이혼한 지 1년 됐어.”

“…….”

“여긴 네이션 은행에 취업이 돼서 온 거야. 조건이 아주 좋아서 말이야.”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