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 뒷걸음질치는 국내업체

예산절감에 초점… 투자 한계
제약산업 성장률 매년 감소세
일부 대형병원도 적자속 허덕

‘헬스케어’ 성장 잠재력은 1위
고용 등 고부가가치 창출 가능
정부, 규제보다 투자지원해야


헬스케어 산업은 미래 산업을 융성시킬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국내에서 헬스케어 산업을 지탱할 의료계와 약계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보건의료서비스 산업 자체가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등을 이유로 의료비 저수가, 약가 인하 등의 방식으로 ‘예산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관련 투자나 육성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보건의료서비스 산업에 대해 가격 억제 정책 등으로 규제하고 압박하기보다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지원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성장 못하는 의약산업 = 16일 의약계 등에 따르면 국내 헬스케어 산업은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기 직전까지 올라섰지만, 최근 들어 정체 및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의 경우 매년 생산과 수출 규모가 늘어나고 있지만, 연평균 성장률은 2010년 2.01%·2011년 1.97%·2012년 1.89%·2013년 1.86%·2014년 1.79% 등으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세계 제약시장이 연평균 6.2%씩 성장하는 것에 비하면 크게 뒤처져 있는 것이다. 10년간 지속된 약가 인하 등으로 수익구조가 악화돼 글로벌 시장 도약을 위한 신약 개발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해외 의료기관은 연구·개발(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새로운 장비나 의료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국내 의료기관에서 R&D에 투자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초대형병원으로 손에 꼽을 정도다.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의료 수가 탓에 연구는 사실상 어렵고, 진료 중심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소위 ‘빅5’라고 불리는 대형병원들조차도 1∼2곳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진료만으론 병원의 수익구조를 맞추기 어려워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값비싼 비급여 검사 등을 강요하고, 환자도 되도록 짧게 많이 진료하도록 내몰리고 있다.

헬스케어 산업의 특성상 R&D 비용이 많이 들고, 성공 가능성도 낮은 점을 감안하면 신의료기술과 신약에 대한 투자는 더더욱 낮은 상황이다. R&D 투자는커녕 의료기관의 감염병 관리에도 투자하지 못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과 같은 일이 발생했다.

◇ 규제보다 활용해야 = 헬스케어 산업은 블루오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 월드와이드 인베스트먼트가 아시아와 유럽의 주식·채권 애널리스트 159명을 대상으로 산업 수익률 등 5개 요소를 통해 각 산업 분야의 성장가능성(2015 피델리티 글로벌 심리지수)을 분석한 결과, 헬스케어 산업이 6.8점으로 전 산업분야 중 1위였다. 정보기술(IT·6.2점)·통신(6.2점)·금융(6.4점)보다 성장가능성이 높았고, 에너지(2.1점)에 비해서는 3배 이상 높이 평가받았다.

헬스케어 산업이 미래 고부가가치로 자리잡게 되면 고용창출은 물론 사회 전반에 활기를 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와 약대로 몰리고 있어 인적 잠재력은 풍부한 편이다. 하지만 정부가 기형적인 의약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의료계의 우수한 인재들은 고난도 수술이 필요한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은 기피하고 미용성형 분야에만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제약계도 제살깎기 경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가는 상황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헬스케어 산업은 정부가 조금만 지원하면, 고용창출은 물론 국내 산업을 크게 도약시킬 수 있을 만큼 경쟁력이 있다”며 “현재 건강보험 누적 흑자가 올해 15조 원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는 관련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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