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인천 강화군 SK퓨처스파크에서 훈련을 마친 SK 2군 선수가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10일 인천 강화군 SK퓨처스파크에서 훈련을 마친 SK 2군 선수가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11일 SK-고양의 2군 경기가 열린 인천 강화군 SK퓨처스파크 관중석이 텅 비어 있다.
11일 SK-고양의 2군 경기가 열린 인천 강화군 SK퓨처스파크 관중석이 텅 비어 있다.
프로야구 2군 선수의 애환

11일 오전 SK 와이번스의 포수 허웅(32)은 장비를 챙겨 SK의 홈인 문학구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퓨처스리그(2군) 소속이기에 구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한쪽에 세워진 버스에 몸을 싣는다. 버스는 문학구장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인천 강화군의 SK퓨처스파크로 향한다. 이날 열린 고양 다이노스(NC 2군)와의 경기에 주전 포수로 나선 허웅은 “그래도 구단 버스를 타고 2군 경기장으로 향하는 것이 다행”이라며 “혼자 고속버스로 경기장까지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보통 2군 선수들은 허웅처럼 1군 홈 경기장에서 버스로 2군 경기장까지 이동하는 ‘출퇴근’을 하고, 가족이 없는 젊은 선수들의 경우 구장 인근에 있는 2군 숙소에서 생활한다. 2군 경기는 오후 1시에 시작되며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야 늦은 점심을 먹고 해산한다.

허웅의 올 시즌 연봉은 3000만 원이다. 2002년 프로에 입문했지만 KBO의 최저연봉 2700만 원을 간신히 넘는다. 고교 시절 배터리를 이뤘던 1년 선배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가 올해 몸값 1860만 달러(약 210억 원)를 받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이 돈으로 아내, 그리고 4세, 8개월 된 자녀들과 생활한다. 허웅은 “가족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삶에 다들 익숙해진 것 같다”며 웃었다.

올해 SK의 육성선수(연습생·계약금을 받지 못하고 입단한 선수)로 입단한 조용호(26)는 더 힘들다. 올해 초 아버지가 위암 판정을 받고 투병을 하게 돼 전체 연봉 2700만 원 중 대부분이 병원비로 들어갔다. 선수들에겐 특별한 의료보험 혜택도 없다. 배트 등 필요 장비 구매에 쓰이는 돈까지 포함하면 실제 남는 돈이 얼마 되지 않는다.

조용호는 “가계에 많은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라며 “아들이 야구를 한다고 이해해주시는 부모님께 항상 감사한다”고 말했다.

정식선수는 계약을 통해 11월까지 ‘보호’받지만 육성선수는 시즌 중 해고가 가능하다. 타 구단으로 이적도 ‘신고선수 보류권’ 조항에 따라 구단의 동의가 있어야만 한다. 한가위가 코앞이고, 올해 2군 리그는 지난 13일 종료됐지만 2군 선수들은 훈련장을 떠날 수 없다. 기량 향상을 위해 시즌이 끝난 뒤에도 담금질을 계속 해야 하기 때문이다.

1군 경기는 13일 기준 평균 관중 1만254명이지만 2군 리그의 관중은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 고양이 가장 많은 2군 관중을 동원하지만 경기당 360명 수준이다. 대부분 2군 구장의 관중석은 100석 안팎이지만 이마저도 빈 곳이 많다. 11일 SK퓨처스파크를 찾은 관중들은 10여 명에 불과했다. 허웅은 “수많은 관중 앞에서 플레이하는 1군에 비해 2군에는 거의 관중이 없어 경기하는 데도 맥이 빠진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까지 오랫동안 2군에 머물렀던 KIA 임준혁(31)은 “2군 경기에 나서면 1군일 때보다 심리적으로 많이 처진다”며 “고민이 많아지다 보니 경기도 안 풀리고 성장도 느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8승 4패, 평균자책점 3.98로 KIA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임준혁은 “1군에서 경기를 하니 부모님이 경기장을 찾는 경우도 많이 늘어났다”며 “어쨌든 부모님께 조금 더 당당한 자식이 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2군 구장은 시설과 장비가 낙후된 곳이 대부분이다. SK퓨처스파크, KIA 챌린저스필드 등 신설 구장들이 늘고 있지만 몇몇 구장은 아직도 상황이 열악하다. 경찰청의 홈구장인 벽제구장의 경우 조명시설조차 없어 야간 경기가 불가능하다.

25인승 리무진 버스를 2대 이상 동원하는 1군에 비해 2군은 38인승 버스로 원정을 떠난다. 원정 숙소도 1군 선수들의 숙소보다 약 60% 정도 싼 곳에 잡는다. 한 구단의 2군 매니저는 “1군 숙소는 대부분 한 곳을 고정해놓고 쓰는 경우가 많은데 2군 숙소는 가격 대비 좋은 곳을 찾기 위해 자주 바뀌는 편”이라고 말했다. 장비를 갖추는 데 드는 비용도 1군보다 2군 선수들이 더 나간다. 타자의 경우 개당 17만 원 정도 하는 배트를 직접 사야 한다. 조용호는 “스폰서로부터 배트를 지원받는 스타 선수들이나 고액 연봉을 받는 선배들이 2군에 잠시 왔다 1군으로 떠날 때 자신의 배트를 나눠주고 간다”고 귀띔했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운동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야구에 대한 열정, 언젠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허웅의 경우엔 한 차례 방출됐고 고향인 김해에서 가족들과 호프집을 오픈했지만, 야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입단테스트를 받고 SK에 다시 들어갔다. 허웅은 “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은 역시 유니폼을 입고 파이팅을 외칠 때인 것 같다”며 “몸이 허락하고 구단이 계속 필요로 할 때까지 선수로 뛰고 싶다”고 말했다. 조용호는 “프로에 지명을 받지 못한 채 군대까지 갔다 오며 다시는 야구를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몸이 야구를 잊지 못하니까 사회인 팀에 입단해 야구를 계속했다”며 “결국 야구선수가 천직인 것 같고 다음 시즌엔 최선을 다해 1군에 진입하겠다”고 말했다. 임준혁은 “2군 시절을 잘 견뎠기 때문에 올해 1군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 같다”며 “2군에서 조급해하지 말고 언제나 준비하고 기다리는 게 1군으로 오르는 지름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강화 =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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