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국가공무원들은 술·골프 접대를 받거나 영화표만 받아도 징계를 받고, 받은 금액의 5배에 달하는 징계부가금을 내야 한다. 인사혁신처가 현금이 아닌 다른 형태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현실을 반영해 비리·비위 범위를 확대한 공무원징계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숙박권, 주류 등 편의제공 포함 △취업제공 등 유·무형의 경제적 이익 포함 △징계절차 객관성 강화 등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공공개혁을 강조한 데다 그동안 공무원 신상필벌 확대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징계를 강화한 것이다. 공직사회 부정부패를 근절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1. 공무원 징계 무엇이 문제였나

18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법망의 허점 때문에 가벼운 징계를 받은 사례가 많다. 지난해 기술직 공무원 A 씨는 한 수련시설의 문제를 눈감아 주는 대가로 해당 업체로부터 숙박권 20장을 받았다. A 씨는 이후 징계를 받았지만 숙박권은 금전 수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징계부가금은 면제받았다. 또 한 4급 서기관 B 씨는 지난해 장인의 생일을 맞아 가족들과 강원도에 놀러 가 직무 관련자에게 “자연산 횟집을 안내해 달라”며 승용차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30만 원이 넘는 식사대금도 내도록 했다. 이후 해당 사실이 적발됐으나, 이 서기관은 1개월 감봉에 징계부가금 1배라는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또 다른 5급 사무관 C 씨는 직무 관련자로부터 휴대전화를 받아 1년 동안 무상으로 쓰다가 적발됐다. C 씨는 150만 원이 넘는 통화료도 직무 관련자에게 내도록 했다. 감사 과정에서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됐지만, 기존 규정으로는 1개월 감봉에 징계부가금 1배 부과에 그쳤다. 이같이 명확히 ‘금전’이 아닌 경우에는 관련 규정이 애매해 공무원들이 직무관련자들로부터 각종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아도 경징계를 받아왔다. 허술한 규정이 부정부패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계속된 이유다.



2. 징계받고도 감경받는 사례는

각종 비위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공무원이 소청심사 등을 통해 감경을 받는 사례들도 국회 국정감사에서 확인되고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박남춘(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2년 반 동안(2013년 1월∼2015년 7월) 금품수수, 직무태만 등 각종 비위를 저지른 징계처분 대상 고위공직자(고위공무원단) 44명 중 절반인 22명이 당초 해당 기관이 요청한 공무원징계양정보다 완화된 징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중에는 중징계를 요구받았지만 ‘불문경고’나 ‘견책’으로 대폭 감형된 사례도 6건에 달했다. 죄질이 나쁜 ‘성범죄 공무원’들도 절반 이상이 감경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행위 진선미(새정치연합) 의원에 따르면 올해 1∼7월 소청심사를 받은 성범죄 공무원 18명 중 10명(55%)이 감경 처분을 받았다.



3. 징계령 개정안 주요 내용은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고 공무원이 비리를 저지르면 확실하게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마련된 이번 공무원징계령 개정안에서는 ‘금품·향응’ 수수 비위 대상을 기존의 ‘금전’ 외에 ‘각종 경제적 이득 요소’로 확대했다. 유가증권·증권·부동산·물품·숙박권·회원권·관람권 등 일체의 재산적 이익이 포함된 것이다. 또 음식물·주류·골프 등 접대향응이나 교통·숙박 등의 편의를 제공받아도 처벌 대상이 된다. 특히 판단 기준이 애매했던 채무 변제나 취업 제공, 이권 부여 등 각종 유·무형의 경제적 이익도 포함된다. 또 이번 개정안에서는 징계절차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중앙행정기관의 보통징계위원회 위원장에 고위공무원이 선임될 수 있도록 했다. 민간위원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해촉할 수 있는 근거 조항도 신설했다.



4. 징계부가금은 무엇인가

징계부가금이란 금품·향응을 수수하거나 공금을 횡령·유용한 것이 적발된 공무원에게 징계처분 외에 해당 금품·향응 수수액 또는 공금 횡령·유용액의 최대 5배까지 내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단순 징계처분만으로는 금전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된 제도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금품·향응 수수 대상에 각종 수단이 포함되면서 앞으로는 이에 대한 징계부가금 부과가 가능해졌다. 즉, 기존 법에서는 건설현장식당(함바집) 운영권과 같은 이권 부여에 대해서는 징계부가금 부과가 불가능했는데 이번 개정안을 통해 부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5. 100만원 이상 금품수수 즉시 퇴출

인사혁신처는 이번 개정안 외에도 추가로 공무원 비리에 대한 처벌 강화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무원이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으면 무조건 퇴출하는 내용을 담아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을 개정할 예정이다. 파면을 받을 경우 이후 5년 동안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고, 공무원 연금도 절반이 깎인다. 해임 징계를 받으면 향후 3년간 임용이 불가능하고 연금도 4분의 1이 깎인다. 또 액수가 100만 원 미만이라고 해도 노골적으로 금품을 갈취하거나 향응을 받았다면 파면이나 해임의 중징계를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이 시행규칙이 시행되면 처음으로 금액별 징계양정을 법으로 정하는 사례가 된다. 기존에는 명확한 징계 기준이 없어서 국민권익위원회의 ‘행동강령 운영 지침’을 활용해야 했다.



6. 성폭력·성희롱 피해자 보호책은

이번 개정안에는 공무원의 성폭력·성희롱 징계 절차에 성 관련 외부 전문가가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했다. 징계양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전에는 가해자만 참석하고 피해자의 진술은 서류로 대체했다. 외부전문가가 피해자를 직접 만나 피해 경위와 정도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한다. 징계요구권자는 전문가의 의견서를 반드시 첨부해 징계를 의결해야 한다. 정부는 이 같은 개정안을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확정한 뒤 오는 1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7. 공무원 성범죄 처벌 강화 방향

이번 개정안 외에도 정부는 공무원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추가로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11개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근절 대책’에는 공직사회와 학교·군대 내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범죄 근절을 위한 주요 정책 과제들이 담겼다. 8월에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근절 대책을 국가정책조정회의에 상정해 보완했다. 대책에 따라 정부는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군인·공무원은 벌금형만 선고받아도 당연 퇴직시키는 것으로 국가공무원법과 교육공무원법, 군인사법 등 법 개정을 추진했다. 국가공무원법과 교육공무원법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돼 현재 국회 안행위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각각 계류돼 있다. 군인사법은 17일 차관회의에 상정됐다. 여성가족부는 국가공무원법 등이 국회를 통과하면 법에 따라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공무원 등이 제대로 징계를 받는지 철저히 감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국가공무원법의 적용 대상이 아닌 검찰·경찰·소방공무원 등도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해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8. 지방공무원도 같은 기준 적용되나

공무원의 징계 관련 사항은 국가직이나 지방직에 같이 적용되는 게 관례다. 국가직에 먼저 적용한 뒤 시차를 두고 지방직에 적용되는 식이다. 국가직에 먼저 적용하면서 지방직으로까지 확대하는 데 어떤 문제점은 없는지, 부작용 최소화 방안은 무엇인지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기 위해서다. 다만 적용시기와 내용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을 지방직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행정자치부에서 추가로 지방공무원법 관련 규정을 고쳐야 한다. 개정과정은 내부 검토와 결재,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국회로 넘기는 것까지 국가직과 지방직이 같은 과정을 거친다. 대체로 국무회의까지는 준비단계를 포함해 2∼3개월 정도 소요되는데, 마지막 단계인 국회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느냐에 따라 적용시기가 결정된다.

이와 관련, 행자부의 양홍주 지방인사제도과장은 “국가직과 같이 적용할지, 경과를 보고 나중에 적용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면서 “다만,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도 살펴야 하기 때문에 검토에는 착수했다”고 밝혔다.



9. 외국의 공무원 징계 기준은

미국은 ‘연방정부공무원 윤리강령’에 따라 공무원이 1회에 20달러, 연간 50달러 이상의 금품을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기고 직무관련자로부터 금품을 받을 경우 최고 15년의 징역형과 함께 징계부가금 3배를 내야 한다. 또 직무관련자가 아니라고 해도 각종 기부금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독일은 25유로(약 3만 원) 이상의 금품 수수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어기면 정해진 기준에 따라 이익수수죄로 처벌받는다. 중국은 공무원을 상대로 ‘부패와의 전쟁’에 나서면서 최근 5000위안(약 95만 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공직자를 형사 처벌하도록 했다. 5000위안 미만이더라도 상습적으로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될 수 있다. 일본은 2000년 시행된 ‘국가공무원 윤리법’에 따라 5000엔(약 5만 원) 이상의 금품을 받을 수 없다.



10. 징계만 강화하나

정부는 공무원 징계라는 ‘채찍’과 함께 성과상여금 제도를 확대하는 등 ‘당근’도 늘리면서 신상필벌을 통한 공직사회 기강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S-A-B-C급으로 나뉘어 성과금을 차등 지급했던 성과상여금제를 개편해 SS 등급을 신설한다. 내년부터 SS 등급은 S 등급의 50%를 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5급 공무원이 받을 수 있는 S 등급 성과금은 613만 원이었는데, 개편안이 확정돼 SS 등급을 받으면 최고 920만 원까지 받게 된다. 또 5급 이상의 공무원이 중앙행정기관상을 받으면 징계 처분을 감경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기존에는 중앙행정기관상을 받을 경우 6급 이하 중·하위직 공무원만 징계 감경을 받을 수 있었다.

유현진·김윤림·정유진·윤정아 기자 cworange@munhwa.com
유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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