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준 / 논설위원

‘나경원 의원 미인 발언’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한반도 배치 반대 홍보’로 한국에서 유명세를 탔던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여우사냥’에 차출된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류젠차오는 지난해 7월부터 한반도 업무를 담당해 왔는데, 이번에 사정기관인 감찰부 부국장(차관급)으로 승진 이동했다. 류는 2001년 중국 외교부 역사상 최연소 대변인으로 임명돼 최장기인 9년간 ‘중국의 입’ 역할을 해 온 인물로서, 대외 홍보에 능하다.

여우사냥은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반(反)부패 척결의 일환으로 외국으로 도피한 부패 공직자와 기업인을 송환하고 도피자금을 환수하는 작전 이름이다. 여우 사냥꾼은 보통 정보·수사 전문가 4인 1조로 구성되며, 한국·미국·호주·캐나다 등 약 40여 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올해 5월 말 현재 214명을 송환하는 등, 총 900명을 잡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검거된 ‘여우’ 가운데 한 명은 한국에 숨어 있다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을 우려해 자수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여우사냥에 대한 중국 여론은 좋은 편이다. 부패·매국 공무원과 기업인을 처벌하고 외국으로 빼돌린 돈을 되찾아 온다는 데 반대할 중국 국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우굴’이 위치한 국가의 심기는 불편하다. 외국 정보·수사 요원들이 허가도 없이 자국 영토를 헤집고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협박은 물론 폭행·납치·감금·고문 등 인권유린 행위가 빈번하며, 이 과정에서 자국민이 피해를 보는 일도 발생한다. 이에 미국 정부는 미국 영토 내에서의 정보요원 불법활동을 중지하라고 중국에 정식 경고했다. 또 호주·캐나다 등도 미국의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홍보 전문가를 여우사냥에 투입한 것은 이런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외국 정보요원들의 불법 활동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거주 ‘중국 여우’의 상당수는 미국 정보기관의 주요한 ‘정보원(source)’이다. 보호를 대가로 미 정보기관에 협조하는 경우가 많다. 120년 전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의 작전명이 ‘여우사냥’이었다. 그런데 지금 중국의 여우사냥이 한반도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그냥 못 본 척하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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