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후원하는 오르세 미술관 한국어 작품 안내 가이드가 지난 14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이 작품감상에 큰 도움이 되는 서양화 감상법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오르세 미술관을 찾는 한국인들에게는 희소식이라고 생각한다.

파리의 센강변에 위치한 오르세 미술관은 매우 특별하다. 루브르 미술관이 고대에서 19세기까지의 작품, 퐁피두 센터가 최신 현대 미술을 다루고 있다면, 오르세 미술관은 인상주의, 낭만주의 등 근대 미술작품을 품고 3대 미술관 중 징검다리로서의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 오르세 미술관은 건축물만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루브르 궁전의 위엄있고 화려한 외관과 퐁피두 센터의 독창적이고 유쾌한 설계도 매혹적이지만, 과거 오르세 기차역을 1986년 재개관한 것으로 유명한 오르세 미술관의 ‘아름다운 변신’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 기차역이었던 시절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드는 금빛 대형 시계나 천장의 유리돔에서 쏟아지는 자연광이 만들어내는 공간감이 오르세 미술관을 더욱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오르세 미술관은 인상파의 성지답게 다양하고 유명한 인상파 작품들로 가득하다. 부드러운 붓 터치로 소녀들의 빛나는 피부와 금빛 머릿결을 표현해낸 르누아르의 ‘갈레트의 무도회’, 발레하는 무희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에드가 드가의 ‘무대 위의 발레리나들’까지 수많은 작품이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오르세 미술관의 최고 흥행작가는 역시 굴곡진 작가의 인생 스토리와 강렬한 색감, 독창적인 화풍으로 많은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빈센트 반 고흐이다. 별이 무수한 밤 풍경을 유독 좋아했던 그의 ‘별이 빛나는 밤에’와 자신의 마음의 풍경을 화폭에 담으려 했던 ‘자화상’시리즈 앞에서 고흐의 치열했던 삶을 상상해 보았다.

워낙 넓은 미술관을 걸은 탓인지 다리가 아파 상층의 시계탑 옆에 위치한 카페에 앉아 진한 커피 한잔을 하며 휴식을 취한 후, 모네의 그림을 전시하는 방으로 들어갔다. 벽에 걸린 모네의 작품을 따라 걷다가 나는 문득 우산을 들고 언덕 위에 서 있는 여자의 그림 앞에 멈춰 섰다. 제목을 읽어보니 ‘양산을 쓰고 있는 여인’이었다. 언덕 들판의 따사로운 햇살이 손목을 간질이고 여인의 스카프가 바람에 펄럭이는 소리와 초록 풀밭이 눕는 소리가 들려오는 기분이었다. 멍하게 그림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순간 시야에서 그림이 달덩이처럼 커진다 싶더니, 문득 눈에 고였던 눈물이 흘러내리고 말았다. 우산을 받쳐 들고 바람 부는 언덕에 서 있는 100년 전 여인의 평화롭고 고즈넉한 모습에 눈시울을 붉힌 내가 멋쩍었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그날 모네 작품 앞에서의 체험은 긴 여운을 남겼다. 나를 위로하는 예술작품에 흠뻑 빠져들었던 그날의 경험으로 반복되는 일상에 무뎌진 나의 오감이 되살아난 기분이었다. 마치 쓰고 있던 색안경을 벗은 듯 단조롭던 일상이 다채로워 보였다. 매사를 적극적인 태도로 경험하려는 나의 모습에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때로는 짧지만 강렬한 예술과의 교감이 열 권의 자기계발서보다 더 실용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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