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웅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민법

많은 하객이 참석해서 축하하는 것이 우리 전통 혼례식이다. 혼인은 개인만이 아니라 사회에도 중요하므로 그 전통이 지속돼 왔다. 법으로도 혼인은 특별한 대우를 한다. 제헌헌법 제20조는 혼인은 남녀가 동등한 지위로 결합하는 것이고, 그렇게 형성된 가족을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현행 헌법 제36조도 마찬가지다. 헌법에 따라 우리는 그동안 혼인과 가족에서의 남녀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재산분할청구권의 인정, 배우자 상속권의 우대, 호주제도의 폐지 등이 그 예다. 간통을 범죄로 인정한 것도 혼인과 가족의 보호였다.

2004년 제정된 성매매처벌법에도 이런 목적이 있다. 법률 해석을 통해서도 혼인과 가족 보호를 실현하고자 했다. 민법 제840조 제6호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재판으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데, 대법원은 유책(有責)배우자가 혼인이 파탄됐다는 사정을 들어 이혼을 청구할 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왔다.

21세기 들어 국가에 의한 혼인과 가족 보호는 거친 도전을 받아 왔다. 특히, 2015년 2월 간통죄가 위헌으로 판결됐고, 성매매를 처벌하는 법 규정도 위헌 판단의 심판대에 올라 있다. 혼인 파탄에 책임 있는 배우자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쟁점도 법의 심판대에 올라, 대법원은 지난 15일 ‘7 대 6’으로 종래 판례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성적(性的) 자기결정권이나 혼인을 사적(私的) 영역의 일이어서 국가 개입을 절제해야 한다는 흐름이 2015년 들어 부쩍 강해졌는데 제동이 걸린 셈이다.

혼인은 부부로 살자는 당사자 간의 계약이다. 장기간 지속되는 계약을 했는데 계약 유지가 어려운 경우, 설령 계약 위반에 책임이 있다 하더라도, 손해배상을 통해 계약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모든 계약에서 이런 자유를 허용한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혼인 계약에서는 이런 자유를 계속해서 제한하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파탄된 혼인에서 아예 벗어날 수 없지는 않다.

첫째, 협의이혼이 있다. 둘째, 혼인 파탄의 더 큰 책임이 없다면 그 혼인에서 벗어날 수 있다. 셋째, 혼인 파탄에 더 큰 책임이 있더라도 상대방이 혼인 유지의 의사 없이 오기(傲氣)나 보복(報復)의 감정에서 이혼을 거부한다면 벗어날 수 있다. 혼인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유일한 예외는 혼인 파탄에 더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의 이혼 요구에 상대방이 오기나 보복의 감정 없이 불응하는 경우다.

그러나 혼인 계약의 의무를 위반한 유책배우자라 해서 혼인에서 벗어날 자유를 봉쇄하는 것은 가혹하지 않은가 하는 의문은 남는다. 사적 영역의 일이지만 혼인은 사회 구성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건강성과 건전성,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사회의 위험원을 배태(胚胎)할 수 있다. 국가 개입의 정당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유책배우자라 해서 파탄된 혼인에서 벗어날 길을 막아서는 안 될 것이다. 상대방의 동의를 얻기 위해 노력하라는 것이 국가의 조치여서도 안 된다. 반대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정함으로써 상대방이 입을 불이익을 해소할 다양한 법적 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 일은 법 해석으로는 할 수는 없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막는 법률의 고착이 아니다. 유책배우자도 혼인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입법 작업에 나설 시점임을 깨우친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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