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원 유통사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멜론(위 사진)과 지니(아래)의 음원차트 화면. 두 유통사 모두 순위표 상단에 자사가 메인 유통하는 신곡을 추천곡으로 내세웠다.
국내 음원 유통사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멜론(위 사진)과 지니(아래)의 음원차트 화면. 두 유통사 모두 순위표 상단에 자사가 메인 유통하는 신곡을 추천곡으로 내세웠다.
- 추천제
자사 유통 음원 위주로 추천… 차트표 위 올려 클릭수 높여

- 사재기
아이디 확보… 브로커 고용… 자사 소속 가수 순위 올리기


‘추천제’와 ‘음원 사재기’가 가요 시장 질서를 해치고 있다.

각 음원 유통사가 특정 가수의 음원을 추천해 순위표 상단에 거는 추천제와 컴백한 가수들의 신곡을 무더기로 구매하거나 들어 순위를 올리는 음원 사재기는 그 동안 수차례 가요계의 대표적인 악행으로 손꼽혔다. 하지만 변죽만 울릴 뿐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추천제가 유지되는 이유는 음원 유통사의 욕심 때문이다. 과반이 넘는 국내 음원 서비스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멜론의 경우 1시간을 기준으로 볼 때 4곡을 15분씩 추천한다. 멜론은 자사가 유통하는 음원 위주로 추천 명단을 채운다. 음원 차트표 위에 걸려 노출도가 높은 신곡은 당연히 유저들의 클릭이 잦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음원 유통사 대표는 “멜론의 추천을 받으려면 멜론의 모회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유통사로 정해야 한다”며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 타 유통사들은 추천제 폐지에 대부분 동의하지만 시장 지배력이 가장 강한 멜론이 추천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없애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음원 사재기는 가요기획사가 조직적으로 수많은 아이디를 확보하거나 브로커를 고용해 자사 가수의 신곡을 무더기로 구입하거나 듣는 방식으로 순위를 조작하는 행태다. 실제 여러 음원 사이트에 가입된 특정 가수 팬들의 가입 아이디를 보면 수백~수만 개의 동일 패턴이 발견돼 이 아이디가 사재기에 이용됐을 가능성이 크다.

음원 사재기는 그 동안 가요계 내부에서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다. 하지만 한 차례도 실체가 드러난 적은 없다. 외국에 서버를 두고 치고 빠지는 전략을 쓰기 때문에 단속이 어렵고, 적잖은 가요기획사가 사재기에 가담하며 이를 묵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요기획사 대표는 “음원 사재기는 분명 있다”며 “‘순위를 올려주겠다’고 말하며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달라는 브로커의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이런 추천제와 음원 사재기는 결국 몇몇 ‘돈 있고 빽 있는’ 기획사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며 가요계의 질서를 흩트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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