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이태원 살인사건’ 용의자 아더 존 패터슨이 도주 16년 만에 한국으로 송환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3일 오전 ‘이태원 살인사건’ 용의자 아더 존 패터슨이 도주 16년 만에 한국으로 송환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살인혐의 인정안해” 단호
사건 초 용의자 지목됐던
에드워드 리 관련 질문엔
“그가 죽였다고 알고 있다”

오늘 새벽 서울구치소行
내달부터 재판 진행될듯


“내가 여기(한국)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나에겐 충격적이다.”

23일 오전 5시 9분 인천공항에 모습을 나타낸 ‘이태원 살인사건’의 용의자 아더 존 패터슨(36)은 취재진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자신이 1997년 서울 이태원에서 홍익대생 조중필(당시 22세) 씨를 살해한 진범으로 미국에서 강제 송환돼 16년 만에 한국땅을 밟고 있다는 것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혐의를 단호하게 부인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발 대한항공 KE012편으로 국내로 들어온 패터슨은 이날 오전 5시 9분 서울중앙지검 수사관 두 명에게 양팔을 잡힌 채 인천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일상복이 아닌 흰색 상·하의를 입고 검은색 신발을 신고 있었으며, 손은 수갑을 찬 채 흰색 천으로 감싸 가리고 있었다. 패터슨은 변호사나 가족 등은 대동하지 않고 혼자 한국으로 온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고 수척한 모습의 그는 자신을 향해 터지는 플래시 세례에 적지 않게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패터슨은 출구 앞에서 자신의 살인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사건 초기 용의자로 지목됐다 무죄 판결을 받은 재미교포) 에드워드 리가 조 씨를 죽였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지금까지 늘 그 사람이 죽였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유가족들이 고통을 계속 겪고 있지만 내가 여기(한국에) 있는 것도 옳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나에겐 충격적이며 (지금 이런 분위기에) 매우 압도된 상태”라고 말했다. 패터슨은 곧바로 서울구치소로 이송됐다.

서울중앙지검은 2011년 12월 공소시효 만료 4개월을 앞두고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패터슨이 송환됨에 따라 10월부터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심규홍)의 심리로 재판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사건 발생 당시 패터슨과 살인 현장에 함께 있었던 에드워드 리를 범인으로 지목해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1·2심은 에드워드 리의 살인 혐의를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1999년 무죄 취지 파기 환송 판결을 내렸다. 패터슨은 당시 증거인멸 혐의 등으로만 기소돼 징역 1년 6월 형을 선고받고, 1998년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1999년 출국금지가 연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으로 도주했지만, 2009년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 상영을 계기로 검찰이 재수사를 시작해 미국 당국에 패터슨에 대해 범죄인 인도 요청을 했다. 2011년 5월 미국에서 체포된 패터슨은 인신보호청원 등을 제기했지만, 미국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 국무부는 우리 정부의 계속된 요청에 패터슨 인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송환을 위해 계속된 노력이 있었고, 미국 정부도 한국 여론을 감안해 송환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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