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르바 안쪽의 사무실로 두 사내가 들어섰다. 동양인이다. 기다리던 라진이 웃음 띤 얼굴로 맞는다.

“어서 오시오, 왕춘(王春) 선생. 반갑습니다.”

라진이 50대쯤의 사내와 악수를 나눴다. 왕춘은 삼합회의 부회장으로 서열 4위의 거물이다. 삼합회는 중국 공산당 정부 흉내를 내는지 주석 격인 회장과 7인의 부회장이 통치한다. 왕춘은 조직과 자금 담당 부회장이니 실세 중 실세다.

“반갑습니다, 우장(吳江) 선생.”

라진이 40대 중반쯤의 사내와도 악수를 하고는 동업자 이바노프를 소집했다. 우장은 삼합회의 한랜드 지역총책 역할을 맡고 있다. 넷이 마주 보고 앉자 라진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역시 한랜드가 세계의 축소판이 되고 있군요. 우리가 이곳에서 만나고 있지만 야쿠자는 일본에서 미국 마피아하고 한랜드 진출 건을 상의하고 있다는 정보를 받았습니다.”

“나도 알고 있습니다.”

왕춘이 검은 얼굴을 펴고 웃었다.

“한랜드만 한 황금시장이 없거든요.”

“미·일 세력에 밀리면 안 되지요.”

라진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하자 이바노프가 머리를 끄덕였고 왕춘이 거들었다.

“우리가 기선을 잡은 상황 아닙니까? 더구나 지역적, 혈연적 관계로 주도권을 쥐고 있고요.”

“그렇습니다.”

라진이 웃으며 말을 잇는다.

“한랜드의 고려인과 조선족만 해도 25%나 됩니다. 더구나 한랜드는 러시아 임차지이고 중국과도 가깝습니다. 이곳을 우리들의 근거지로 키워야지요.”

그리고 이제 러시아, 중국이 동맹을 맺을 작정인 것이다. 그때 왕춘이 헛기침을 했다.

“한랜드 정부에서 한국인 사업가 김광도를 키우고 있는 것을 아시지요?”

왕춘은 김광도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했다. 라진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잘 알고 계시는군요. 그놈이 한국과 북한의 대리인 역할을 합니다.”

“김광도가 북한인 심복 백진철을 내세워 세력을 모으고 있는데 벌써 조직원이 300명이 넘었더군요.”

왕춘이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한랜드에서 축소판 세계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러와 미·일, 그리고 남북한 연합 세력 간에 말입니다.”

“승자가 이 황금랜드를 독차지하게 되겠지요.”

라진이 느긋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미국의 5개 호텔·카지노 체인과 일본의 다나카 그룹이 진출하면서 곧 마피아와 야쿠자가 끼어 들어올 겁니다.”

이미 한랜드 정부의 투자 승인을 받아 놓은 상태인 것이다. 미국과 일본 기업의 투자 금액은 러시아와 중국 측 기업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엄청난 물량과 함께 마피아와 야쿠자가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된다. 그때 왕춘이 입을 열었다.

“중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우리를 지원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필요하다면 러시아 정부 측에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한랜드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요, 왕 선생.”

라진이 웃음 띤 얼굴로 왕춘을 보았다.

“이 한랜드는 시베리아 지역의 경제 개발을 위해 임차해 준 땅입니다. 러시아는 이곳을 한국의 북방 영토로 내준 것이 아니란 말씀입니다. 러시아 정부도 우리를 적극 지원하고 있지요.”

동병상련이다. 한국의 국력 확장에 대한 러·중 간 입장이 분명하게 맞는다. 이로써 러·중 대리인 격인 마피아와 삼합회 간 협상은 의견 일치를 보고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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