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간식 ‘치맥’과 한국 특유의 폭탄주에는 역시 국산 맥주가 어울린다. 가벼운 청량감으로 치킨의 매콤한 자극을 달래주고, 소주와 만나 절묘하게 간을 맞춰낸다. 이런 특징을 뒤집으면 맛이 밋밋하고 개성이 없다는 얘기도 된다. 독특한 풍미와 향, 디자인으로 무장한 수입 맥주가 공략한 취약 지점이기도 하다. 국내에 진출한 수입 맥주 브랜드는 500여 종을 헤아리고, 대형 마트에서 점유율은 40%에 육박한다. 지난해 수입한 맥주는 500㎖ 기준으로 성인 1명당 5.8병이다.
수입 맥주의 파상공세에도 버텨왔던 무기는 가격이었다. 기네스·필스너·아사히·칭타오 등 유명 브랜드 맥주는 국산보다 50∼60%가량 비싸다. 그런 가격 우위가 얼마 전부터 흔들리고 있다. 대부분의 편의점에서는 수입 맥주 500㎖ 캔 4개를 묶어 1만 원에 파는 행사를 몇 달째 진행 중이다. 가격표에는 브랜드별로 3900∼4800원이 매겨져 있지만 개당 2500원에 사는 것이다. 나란히 진열된 국산 맥주 가격은 2500∼2600원이다.
뒤집기를 가능케 한 것이 세금이다. 맥주 주세는 72%다. 그런데 국산과 수입의 과세 방식이 다르다. 수입 맥주는 수입가에 관세(15%)가 붙은 수입신고가격을 과세표준으로 해서 72%를 부과한다. 판매비나 이윤 등은 수입업자들이 그 뒤에 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산 맥주는 72% 세율이 적용되는 금액에 제조원가는 물론 판매비, 이윤까지 포함된다. 국내 주세는 도수에 따라 차등을 두는 종량제가 아니라 판매가에 세율을 적용하는 종가제다. 과세표준의 차이로 국산 맥주 355㎖ 한 캔당 주세 395원이 붙지만 수입 맥주엔 212∼381원만 부과된다. 게다가 국내 주류는 제조자의 소매점 거래와 할인 판매를 엄격히 규제한다. 수입업자가 판매가·증정품 규제 없이 소비자와 직거래할 수 있는 것과 다르다. 수입 맥주의 파격 세일이 가능한 이유다. 겹겹이 역차별이다.
맥주엔 주세만 있는 게 아니다. 주세의 30%만큼 교육세가 붙고, 이를 합친 액수에 10% 부가가치세를 더한다. 제조원가가 100인 맥주의 최종 출고가는 212.96이다. 거꾸로 맥주 소비자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3%에 달한다. 일본(43.8%)이나 영국(33.1%)에 비해 높고 독일보다 100배 이상이다. 주류 종가제를 택한 나라도 찾아보기 어렵다. 맥주세(稅)를 바꾸긴 바꿔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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