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의 소속 기관에서 관리 중인 아동, 형민이(가명)의 지원방법을 놓고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관계자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 형민이는 지적장애가 있고, 분노조절이 안 될 때 주위 사람들을 마구 때려 부모의 걱정을 사는 아이다. 회의에 오신 부모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참석했다고 했다. 많은 전문가는 아이의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데 중론을 모았다.
그런데, 듣고만 있던 형민이의 아빠가 갑자기 “선생님들, 부끄럽지만 제 한 달 수입이 150만 원입니다. 조그마한 집 한 칸 있다고 수급신청도 안 됩니다. 아이 엄마는 이주민이라서 일자리 구하기도 어렵고, 또 저렇게 장애가 있는 아이 돌보느라 맞벌이도 못 해요. 저도 바보 아닙니다. 저도 들은 게 있으니 아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지만 먹고 사는 게 힘든데 어떻게 치료를 합니까”라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형민이와 같이 빈곤과 건강의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아동의 건강 불평등 완화를 위한 개입 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 소득과 학력이 아동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소득과 학력이 낮을수록 아동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수준이 낮았다.
하지만 의료적 사각지대에 있는 가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지원수준은 미비하기만 하다. 수급가정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와 사회의 지원으로부터 소외돼 있고 민간기관의 지원 또한 일시적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빈곤’이란 ‘가난해 살기가 어렵다’란 뜻이지만 그 안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빈곤은 모든 불평등의 근원이 됨을 알 수 있다. 가정이란 경제력, 건강, 직업, 건전한 양육태도 등 그 가정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그 힘이 떨어지면 가정 내에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고 이로 인해 아동학대나 가정폭력이 발생하고 가정의 해체가 일어나기도 한다.
더 안타까운 점은 이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으며 아이들이 학교폭력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고 성인이 돼도 동일한 문제에 노출되면서 소위 빈곤의 대물림 현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최근 빈곤의 대물림을 막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빈곤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통받는 많은 가정과 그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있다. 소득과 재산기준에 해당이 안 된다고 해서 눈앞에 위기가 닥쳐도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지금의 애달픈 현실이 아닌, 어려움이 입증만 된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원받을 수 있는 국가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