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청년(靑年) 희망펀드’까지 주창하며 ‘고용 절벽’ 앞의 젊은 세대를 조금이라도 위무하려 하고 있지만, 정작 공공기관에서는 청년 구직자들의 피눈물을 쏟아내게 하는 일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감사원이 1~7월 실시한 47개 공공기관의 기관운영감사 보고서 분석 결과에 따르면, 3분의 1 가까운 14개 기관의 직원 특별채용 과정이 인맥(人脈) 채용 등 비리 의혹을 동반하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300여 공공기관 중 일부를 상대로 단기간에 진행된 조사 결과임을 고려하면, 이번에 적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공공기관은 ‘신의 직장’으로도 불릴 정도로 취업준비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그동안 공공연히 나돌던 공공기관 ‘연줄 특혜’ 취업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항만공사의 경우, 사내외 청탁을 받고 기관장 승낙만으로 별도 공고 절차 없이 7급 계약직 3명을 채용했다고 한다. 한국산업진흥원은 합격자를 미리 내정한 채 공채를 공고해 지원자 65명 전원을 불합격시켰다고 한다. 공정한 채용을 믿고 최선을 다해 준비한 뒤 응모한 취업준비생들을 기만하는 행태다. 또 그런 식으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뒤지는 사람을 채용하면 앞으로 퇴직할 때까지 수십 년 그 조직의 효율성을 갉아먹게 된다. 더 어이없는 일은 감사원 자체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14일 국정감사에서 전직 감사위원 등의 자녀 특채 사례를 지적받았다는 사실이다. 국회의원 아들의 정부법무공단 변호사 채용 논란도 마찬가지다. 또 기관장 자체부터 ‘낙하산’인 경우도 수두룩하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취업이 어려워지는 데 비례해 이런 인맥·특혜 취업도 더 만연한 것으로 우려된다. 2010년엔 현직 장관의 자녀가 계약직(5급)으로 특채됐다가 아버지인 장관이 물러난 일이 있다. 그런데 이제 공직사회 일각에서는 ‘자격이 충분하니 채용했을 뿐’이라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 정의관을 비웃는 일이다. 5년 전에 비해서도 크게 타락했다. 급기야 안철수 의원이 이런 ‘현대판 음서제(蔭敍制)’의 부활을 막기 위해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곧 발의키로 했다고 한다. 감사원이 나서 공공기관을 전수 조사해 특혜와 비리 의혹 그 전모를 밝혀내고, 관련자들을 전원 문책·퇴출시켜야 한다. 청년구직자들은 박근혜정부를 향해 ‘정의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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