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조연수 기자 choy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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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가족 위한 삶두자녀 학자금대출 6000만원… 매달 100만원씩 원리금 상환

“여유롭고 넉넉한 삶 꿈꿨는데… 자식들 취업난에 기대도 못해”

자식 뒷바라지에 경제적 부담… 한국 고유의 ‘패밀리즘’ 작용

퇴직금마저 노후 아닌 자식에… 저소득층 어려운 노년기 빈발


“아빠 등은 곱사등이야.”

홍모(52) 씨가 자식 뒷바라지에 등골이 휠 때면 두 자녀에게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홍 씨는 대학 졸업 후 공무원이 된 뒤 25년 가까이 공직 생활을 해왔다. 외벌이에 많지 않은 월급으로 첫째 아들과 둘째 딸을 키웠고 딸은 재수까지 시켰다. 홍 씨는 “40대 때는 학원이다 과외다 남들보다 더 해주지는 못해도, 남들 하는 만큼은 해주고 싶었다”며 “그러다 보니 번 돈 대부분은 아이들 교육비로 들어가고 아내와 나는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하나 제대로 누려 보지 못했더라”고 말했다. 자녀들이 대학만 입학하면 자식농사는 다 지은 것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고 매 학기 400만∼500만 원에 달하는 대학등록금을 내야 할 때마다 받았던 학자금대출만 두 자녀를 합쳐 약 6000만 원. 현재 대학교 3학년과 4학년인 남매가 졸업을 하면 1년의 거치기간이 끝나고 홍 씨의 월급에서 다달이 원리금분할상환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홍 씨는 “애들 대학 보냈으니 50대가 되면 조금 여유롭고 넉넉한 생활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후년부터는 매달 100만 원가량이 대출금 상환으로 빠져나갈 생각을 하니 헛웃음만 나온다”고 말했다. 물론 자녀들이 취업해서 대출 상환을 돕는다면 크게 상관없지만, 취업난이 심하다 보니 이마저도 기대하기는 어렵다. 홍 씨는 “요즘은 취업 준비하는데도 중·고등학교 때 사교육을 하듯이 학원에 다녀야 하더라”며 “아이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내 부담을 덜어주려고 노력은 하지만, 취업준비만 해도 벅찬 시간에 용돈까지 벌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비로서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홍 씨는 이미 자식들에게 “결혼할 때는 한 푼도 도와줄 여유가 없다”고 엄포를 놓아놨지만 실상 마음은 그렇지 않다. 홍 씨는 “말이 그렇지 막상 자식이 돈이 없어서 결혼을 못 한다고 버티고 있으면 그걸 보고만 있을 수 있는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며 “퇴직금의 절반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퇴직금에 손을 대면 내 노후에 손을 대는 것이란 생각으로 참고 있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는 다른 방도가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올해 초 1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최모(51) 씨는 최근 다시 일자리를 알아보느라 속을 태우고 있다. 건실한 중소기업에서 임원까지 한 데다 아내와 맞벌이를 해온 터라 노후는 스스로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저축한 돈도 있다.

문제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한 첫째 아들(27)과 대학원을 준비 중인 둘째 아들(26). 최 씨는 “로스쿨과 대학원 등록금을 대려면 노후자금으로 저축해 놓은 돈을 다 써도 모자란다”며 “둘 중 한 명은 대학을 졸업하면 취직을 해서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길 바랐지만, 공부를 더 하겠다는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보다 안 되면 사업을 해볼까도 생각 중인데, 퇴직 후 사업에 실패한 사람이 주변에 적지 않아 고민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인 최 씨의 아내 김모(51)도 이젠 그만 명예퇴직을 하고 싶지만 두 아들 때문에 쉽게 일을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 김 씨는 “아들만 둘이 있는 집은 사실 결혼이 가장 큰 걱정”이라며 “직장 근처에 변변한 전세라도 얻어줘야 하는데, 요즘 집값을 생각하면 그게 가능하겠냐”며 한숨을 쉬었다.

대한민국 50대들이 자녀가 성인이 된 뒤에도 자식 뒷바라지에 가장 큰 경제적 부담과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일보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5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가장 큰 걱정거리(불안요인)’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28.8%가 ‘자녀 교육 및 결혼’이라고 답해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나(배우자)의 건강’(26.4%)이나 ‘은퇴 후 생계’(23.9%)보다도 높은 비율로, 자신의 안위와 노후보다 자녀를 더욱 걱정하는 50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황명진(사회학) 고려대 교수는 이에 대해 “대한민국의 고유한 ‘패밀리즘’이 작용한 결과”라며 “자식들에 대해 죽을 때까지 부모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가치관이 사회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어, 부양하는 자(부모)와 의존하는 자(자식)가 명백하게 나뉘는 양상을 띠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패밀리즘은 서양은 물론 중국과 일본에서도 쉽게 관찰되지 않는 가족관계라고 한다. 특히 자식의 경제생활이 남편·아내의 경제생활과 함께 가구의 소득으로 잡히고, 노부모에 대한 부양이 보편적이었던 전기산업사회와 달리, ‘자녀의 가치(VOC·Value Of Children)’가 제로인 오늘날 패밀리즘은 사회적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황 교수는 “특히 50대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성인이 된 자녀를 무리하게 부양하려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년기를 맞게 되는 경우가 빈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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