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지 못해 죄책감 들지만 주 1·2회 찾아뵙는 게 최선 어르신들과 잘 어울려 다행”
경제적 여유 없는 B씨
“요양원 보내드릴 형편 안돼 老母 홀로 ‘치매 부친’ 돌봐” 봉양 싸고 형제간 갈등까지
“모셔야”→“사회부조로”변화 ‘봉양 ’이 상속 기준 되기도
“당연히 자식이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지만, 아들 내외와 생활하신다고 부모님이 행복하실지 확신이 안 듭니다.
노인복지아파트에 입주하셔서 새로 만난 친구분들과 잘 지내고 계시는 부모님이 자식들한테나 본인에게나 행복인 것 같네요.”
2009년 평생 일한 직장을 퇴직한 뒤 제2의 취업에 성공한 A(58) 씨는 2년 전 80세가 넘어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서울 시내 한 노인복지아파트에 입주시켰다.
어머니가 5년 전 세상을 떠난 뒤 아버지의 건강은 급속히 나빠졌다.
처음엔 장남으로서 홀로 된 아버지를 모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부인에게 이야기를 꺼내자 표정이 밝지 않았다.
그런 데다 아버지 역시 자식, 손자와 동거하면 불편하고 심심할 것 같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평생 떨어져 살았는데 갑자기 같이 살면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고, 자식 내외에게 부담 주면서 사는 것보다는 또래가 많은 곳에 가서 즐거운 말년을 보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A 씨는 “다들 말로는 부모를 잘 모셔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쉽지 않은 문제”라며 “1주일에 한두 번 노인복지아파트에 계신 아버님을 찾아뵙는 걸로 자식 도리를 다하는데 죄책감도 들지만, 이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행히 노인복지아파트에는 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의 어르신이 많고, 각종 운동과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의료시설이나 식단도 고령자에게 적절한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다. 노인복지아파트 전세보증금 4억 원이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느낀다.
우리 사회 50대는 나이 든 부모를 자식이 당연히 모셔야 한다는 전통적인 사고와, 노인 부양은 사회적 부조로 해결해야 한다는 새로운 가치관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A 씨와 같이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 노인복지아파트 등 환경이 비교적 양호한 시설에 부모를 모실 수 있다면 상황이 나은 편이다. 적지 않은 50대가 배우자와 자식과의 관계, 경제적 형편 등으로 나이 든 부모를 봉양하는 데 심리적 부담을 안고 있다.
B(56) 씨는 “자식 둘을 키우느라 사교육비를 많이 지출했고, 지금도 자식들의 대학 등록금이 부담”이라며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어머니 혼자 모시는 게 힘들어서 남동생 여동생과 이야기를 나눠 봤지만, 몇 시간을 얘기해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업주부인 여동생은 “당연히 장남이 모셔야 한다”며 B 씨에게 책임을 미뤘다. 다들 살기가 빠듯한 마당에 한 달에 200만~300만 원씩 모아 요양원에 맡길 형편이 못 되고, 노모도 “그럴 바에야 내가 돌보겠다”고 말했다. 결국 뚜렷한 해결책 없이 어머니가 아버지를 돌보고 있다.
대한민국 50대에게 부모 봉양은 부부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C(52) 씨는 모진 시집살이를 견디며 고된 농사일로 자신을 대학 공부시킨 노모에 대해 애틋함이 지극하다. 이에 따라 부인이 어머니에게 자식처럼 효도하길 원했다. 하지만 시골 생활을 정리하고 아들 내외와 함께 산 지 2년 만에 노모는 홀로 살겠다고 선언했다. 성격 차이가 컸던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2년 동안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이는 C 씨와 부인의 관계에 금이 가게 했다. C 씨는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드리지 못한다는 생각에 아내를 원망한 적도 있지만, 효도가 강요해서 될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부모 봉양은 상속의 조건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개인이 부모를 봉양하는 문화가 점차 쇠퇴하는 가운데 상속재산분쟁 해결을 위해 소송을 택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상속재산분할 사건 접수 건수가 2011년 154건에서 2012년 183건, 2013년 200건, 2014년 266건 등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176건에 달해 이 같은 추세라면 4년 전에 비해 두 배가 넘는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과거에는 혈연의 가치를 중시했다면 요즘엔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 경향이 강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3년 땅과 건물 등 13억 원의 부동산을 남기고 아버지가 숨지면서 어머니와 자녀들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다. 세 자녀 중 법정상속비율이 부당하다고 생각한 D 씨는 “2008년부터 부모를 모셨고, 2010년부터 암에 걸린 아버지를 간호했다”며 자신의 기여분 30%를 제외한 나머지를 나눠야 한다고 소송을 냈다. 이에 맞서 어머니는 1950년 결혼 이후 5년 이상 시부모를 모시고 남편 소유 재산 형성에 대부분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서울가정법원은 아버지를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D 씨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고, 어머니의 손을 들어줘 기여분 20%를 인정했다.
김영주·김동하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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