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 / 대한체육회 통합추진위원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통합(統合)을 규정한 국민체육진흥법(제13246호)개정안이 지난 3월 27일 공포됐다. 이 법에 따라 통합준비위원회가 구성되고 공포 후 1년 이내에 두 단체를 통합토록 돼 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통합의 원칙에 찬성한다면서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대회 준비 등을 이유로 통합 시기를 1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타당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1960년 부통령이면서 제17대 대한체육회장직을 맡고 있던 이기붕 회장이 3·15 부정선거와 4·19혁명 이후 대한체육회장 자리는 공석이 됐고, 후임 회장 선출까지 3개월이 걸리면서 한국 체육은 큰 혼란을 겪었다. 그 결과 1960년 8월에 개최된 제17회 로마올림픽대회는 대한민국 선수단이 하계올림픽 참가 역사상 유일하게 메달 획득에 실패한 대회로 기록됐다. 우리나라가 처음 출전한 1948 런던올림픽부터 2012 런던올림픽까지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경우는 이 대회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4년 주기로 올림픽이 개최되는 해인 내년에 굳이 체육 단체를 통합하고 회장 선거를 치름으로써 올림픽 준비에 차질을 주지나 않을까 우려스럽다.

둘째, 대한체육회 정관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가입한 대한민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는 올림픽헌장 준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과거 기획재정부는 2007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대한체육회에 회장 선출 방법 개선(임원추천위원회에서 복수 추천, 주무부 장관 승인)과 회장의 임기를 3년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면서 대한체육회를 준정부기관으로 지정했었다. 당시 대한체육회는 회장 선출 방법이 올림픽헌장에 따라 NOC의 자치권과 충돌하며 임기는 올림픽 주기에 따라 4년으로 해야 하는 당위성을 소명했고, 기획재정부는 이를 수용해 대한체육회를 기타 공공기관으로 변경, 지정했다.

셋째, 문화체육관광부의 3월 15일 보도자료를 보면 내년 3월 중에 통합체육회장을 선출하고 이후 각급 경기단체장을 선출해 통합체육회 회원으로 가입시켜 하향식으로 체육 단체를 통합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선출 방식은 종목단체와 지역단체의 통합 이후 그 대표(대의원 또는 선거인단)가 통합체육회장을 선출하는 절차 및 방법에 역행한다. 이 방식은 자칫하면 정부가 통합체육회장을 사실상 선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이는 올림픽헌장과도 배치돼 IOC의 승인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정부는 2011년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올림픽헌장을 준수할 것을 보장하는 국무총리가 서명한 서약서를 IOC에 제출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문체부 역시 통합 체육회를 출범시키는 과정에서 절차상 또는 규정상 올림픽헌장을 위배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체육 단체 통합은 우리나라가 스포츠 강국을 넘어 스포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다. 마침 안민석 국회의원이 이런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를 계기로 통합 준비를 철저히 하기 위해 통합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주무 부처인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핵심 쟁점인 통합 방식과 통합준비위원회의 의사결정 방식, 통합 시기 등에 대해 마음을 열고 깊이 있는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 체육은 사회 통합의 한 축으로서 올림픽 등을 통해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면서 사랑을 받아 왔다. 그동안 체육이 쌓아온 역사와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성공적인 통합을 이루기 위해선 우보만리(牛步萬里)의 지혜가 필요하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