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의 일정으로 유엔총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공식·비공식 회동을 7차례 가졌다고 한다. 이를 두고 국내정치 차원에서 여러 해석이 나오는 것은 당사자들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은 온갖 오해를 자초할 만한 모습을 연출했다.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자랑스러운 인재를 배출한 나라의 정상이 유엔 무대에서 그를 몇차례 만나고, 또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고국의 대통령을 예우한 것이 뭐가 문제냐고 항변할 수는 있다. 실제 그런 측면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외부에서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의 7차례 회동은 세계 160개국의 국가 수반과 정부 대표자들이 참석한 총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식적으로 자연스럽지 않다. 청와대가 반 총장과의 회동 일정과 횟수를 공개한 것 역시 이례적이다. 최근 친박 인사들이 ‘김무성 대안(代案)’을 거론하고, 그 중심에 반 총장이 위치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뒷말을 줄이기 위해 의식적으로라도 노력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새마을운동’ 국제화에 힘을 쏟았고, 유엔 개발정상회의 기조연설 등 각종 연설에서 새마을운동을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반 총장은 유엔개발계획(UNDP)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동 주최한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행사에 참석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에서 산불처럼 새마을운동이 번지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노력을 극찬했다.

반 총장 임기는 내년 말까지다. 그때까지 국제 지도자로서 최선을 다하고, 업적을 쌓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도, 한국을 위해서도 가장 중요하다. 반 총장이 차기 대통령후보 자격이 있고 없고는 별개의 문제다. 일본은 최근 반 총장을 비난한 적이 있다. 국내정치에 휘둘리면 또 그런 빌미를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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