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중추이면서 은퇴 이후를 고민해야 하는 50대는 문화 향수의 욕구는 강하지만 경제나 주변 여건이 여의치 못하다. 하지만 교육수준이나 문화적 잠재력 면에서 볼 때 이들 세대가 앞으로 문화소비의 중심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 1일 서울 시내 한 극장에서 50대 중년들이 영화관람 티켓을 사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본격 한글세대·문학독서 익숙 부모부양·자식교육에 치이고 바쁜일상 쫓겨 여가시간 부족
단체활동 참여 전세대중 최고 인맥중심 사회 탓 모임에 치중 은퇴후 문화소비 중심축 될듯
한국사회의 50대는 문화향유에 대한 갈망은 크지만, 현실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 아직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와 일치하는 50대는 본격적인 ‘한글세대’였고, 특히 1950년대 후반∼1960년 초반에 태어난 이들은 문학·사회과학적 독서에 익숙하다는 점에서 그 이전 세대와 차이가 있다. 부모봉양과 자식교육 사이의 ‘낀 세대’인 이들은 아직 주·객관적 여건 탓에 문화향유에 소극적이지만, 은퇴 이후에 세대별 문화소비의 중심축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원 예판수(55) 씨는 10월에 열리는 세계적인 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센바흐와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공연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 사무실에서 마시던 우유를 끊었다. 그는 “클래식 공연을 좋아하지만, 경제적 부담으로 자주 보지는 못한다”며 “아무래도 아이들을 위해 쓰는 비용이 많기 때문에 내 문화생활은 포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몇 년 만에 내한하는 세계적인 연주자의 공연은 꼭 보고 싶어서 티켓 한 장을 덜컥 샀다”며 “이 공연을 보기 위해 1년 반 정도 우유를 마시지 않기로 했다. 몸의 건강만큼 마음의 건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설문조사에서도 50대는 문화향유에 아직 소극적이어도 대외활동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나, 현실의 제약을 반영하지만 문화소비의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일보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50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50대 생활습관 및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화·연극·미술 관람과 음악회 참석 등 문화활동 빈도를 묻는 질문에 ‘아주 가끔 한다’가 38.6%, ‘한 달에 한두 번 하는 편이다’가 25.6%로 나타나 10명 중 6명 이상은 문화향유에 대한 갈망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30.8%이었고, ‘주말마다 가는 편이다’(3.3%), ‘주말뿐 아니라 평일도 한다’(1.7%)는 소수였다.
‘사실상 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50대 후반(55∼59세·32.8%)이 전반(50∼54세·27.9%)보다 더 많았으며, 여성(25.8%)보다 남성(35.8%)의 문화활동이 적었다. 이는 은퇴 시기가 임박했거나 이미 은퇴한 50대 남성이 가족 부양과 노후에 대한 부담을 더 많이 느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는 광역시(34.4%)와 도(32.6%)에 비해 서울(21.6%)에 거주하는 응답자의 문화활동이 더 많았다. 또 중졸 이하는 55.9%인 반면 고졸은 34.1%, 대졸 이상은 21.8%로 학력별로도 차이가 있었다.
주관적 소득계층과 월평균 가구소득별로도 차이가 컸다. 자신이 저소득층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54.1%가 문화활동을 사실상 안 한다고 답했으며, 중하층(36.6%), 중간층(26.5%), 중상층(17.5%), 상위층(15.4%) 순이었다. 하지만 근로 유무별 조사에서는 일하고 있다는 응답자(사실상 하지 않는다·33.1%)가 일을 하고 있지 않은 경우(24.5%)보다 문화활동 빈도가 낮아 생업종사가 시간적 여유를 빼앗아 문화활동 기회를 적게 갖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50대의 사회활동 참여도는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통계청의 2011년 사회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친목·사교·종교·취미·스포츠 단체와 지역사회모임 등에 참여한 사람 중 50대가 55.8%로 가장 많았으며, 뒤를 이어 40대(54.7%), 30대(46.2%), 20대(44.1%), 60세 이상(40.5%), 10대(32.4%) 순이었다. 2013년 같은 사회조사보고서에서도 50대가 2011년보다 4.1%포인트 늘어난 59.9%로 모든 연령대에서 사회활동이 가장 높았다. 50대의 사회활동 참여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문화향유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지 인맥을 중시하는 사회생활의 절정에 있는 세대이기 때문에 문화향유 욕구가 모임 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또 바쁜 일상에 쫓기며 문화생활을 즐길 시간이 없고, 마땅한 향유방법을 모르는 것도 문화생활 빈도가 낮은 이유일 수도 있다. 이에 따라 50대가 은퇴를 하고 여유가 생기게 되면 문화향유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