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구조신호 ‘튜브’ 곧 출시
태양광 응용제품 제조 업체
한 곳에 모아 클러스터 구축
서산 벤처단지 조성도 착착
“신호등이 크면 전력 소비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좀 더 작으면 좋을 듯싶은데요.”
한 연구원이 구명 튜브의 모퉁이를 가리키며 제안한다. 연구원이 들고 있는 홍색 플라스틱 튜브는 태양광으로 자체 전력을 만들어 구조 신호를 전송하는 최첨단 제품, ‘솔라 튜브’다. 최근 인명피해를 내 사회적 주목을 받은 낚싯배 사고를 떠올리며 ‘아, 이런 제품이 진작 나왔더라면…’하는 생각이 든 순간, 또 다른 연구원이 의견을 낸다.
“작으면 신호 효과는 어떨까요? 한 번 3D 프린터기로 찍어볼까요?” “아니, 디자인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죠.”
지난 9월 25일 오후 2시쯤 충남 천안 테크노파크에 위치한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충남혁신센터) 본부. 벤처회사 솔레이텍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이 한창이다. 솔레이텍은 충남혁신센터가 진행하는 ‘태양광 클러스터 구축’ 사업의 수혜를 입은 첫 번째 중소기업이다.
태양광 클러스터 구축 사업이란 ‘솔라 튜브’ 같은 태양광 응용제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들이 모여 태양광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충남혁신센터는 지난 5월 22일 한화그룹을 중심으로 충남을 태양광 발전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비전으로 출범했다. 충남혁신센터가 출범한 지 4개월여, 혁신센터의 비전도 가을 능금처럼 영글고 있다.
당장 솔레이텍의 ‘솔라 튜브’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사실 솔레이텍은 한화그룹과 충남혁신센터가 없었다면 생존이 어려웠던 기업이다. 1999년 창립한 솔레이텍은 세계 최고 효율의 소형 모듈 제조기술과 휴대용 태양광 추적장치 특허를 보유해 2001년 유망 중소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고효율 태양광 충전기를 개발했으나 2013년 판로 개척에 실패하면서 폐업 위기에 처한다. 그런 솔레이텍에 지난 5월 출범한 한화그룹과 충남혁신센터는 ‘구명 튜브’가 된 것이다.
‘ㄱ’자 모양의 충남테크노파크 혁신센터본부 안쪽에는 솔레이텍 등 입주 벤처기업들이 태양광과 연관한 다양한 시제품을 실험하고 제작할 수 있도록 대형 3D 프린터기와 각종 태양광 관련 실험 도구들이 즐비했다. 마치 새로운 입주 벤처를 손꼽아 기다리는 듯싶었다.
한화그룹과 충남혁신센터의 추진 사업은 크게 태양광 클러스터 구축사업과 중소벤처기업 글로벌화 추진사업, 농수산물 명품화 추진사업으로 나뉜다. 태양광 클러스터 사업은 가장 중심에 있다.
현재 한화그룹은 총 1525억 원의 펀드를 조성해 태양광 클러스터 구축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솔레이텍과 함께 태양광으로 해충을 쫓는 기구를 만드는 한국농림시스템 역시 솔레이텍처럼 혁신센터 지원을 받고 이 혁신센터에 입주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클러스터 구축 사업의 주축인 서산 태양광 벤처단지 조성사업도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다. 1만529㎡(5000평) 부지에 메인 센터 건평만 6612㎡에 달한다. 9월에 착공돼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대시설과 입주 벤처기업을 위한 28개의 테스트베드 설치는 2016년 6월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올 11월 2개월간 공모 기간을 거쳐 입주 기업을 선정해 빠르면 2016년 1월부터 입주시킬 예정이다.
한화그룹의 갤러리아백화점은 농산물 명품화 지원의 첨병이다. 이미 천안아산역 인근 백화점에 ‘아름드리’라는 국산 명품 농산물 점을 개점해 놓고 있다. 21개 브랜드의 86개 품목이 입점해 지난 8월 말 현재 2억7000만 원가량의 매출을 올린 상황이다.
권오근 충남혁신센터 창업지원 팀장은 “앞으로 명품 판매점을 더욱 늘려, 서울과 면세점에서도 판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올 연말까지 총 6억 원가량의 매출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의 국제시장 진출 지원도 하나하나 성과를 맺고 있다. 중소기업 육성발굴을 위해 천안·아산 역사에 위치한 충남혁신센터 비즈니스센터 무역존을 통해 무역 사무 지원 등에 나선 결과, 한 중소기업이 터키로 4만3500달러 수출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또 창업기업의 해외사업화 지원도 기업당 2000만 원의 지원금과 펀드 지원까지 아끼지 않고 진행한 결과, 현재 2개의 중소기업이 중국 등의 기업들과 합작을 논의하고 있다.
이날 혁신센터 비즈니스센터의 특징에 대해 김종수 충남혁신센터 총괄기획팀장은 “이미 충남혁신센터 무역존은 지역 중소기업가들과 학생들의 아이디어 나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고 단언했다. 일반인들이 비즈니스센터를 찾는 비중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충남혁신센터는 기업과 지자체, 학교 등의 지역 자원들이 잘 융합되고 협조가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라며 “충남 지역 경제는 물론 국내 강소기업들이 세계 무역 시장을 누비고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충남혁신센터의 이후 결실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천안 = 박선호 기자 sh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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