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프리티…’ ‘진짜 사나이’ 고정 관념 깨뜨리며 인기
‘걸 크러시’(girl crush·여성이 여성에게 반하는 것)가 대중문화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는 청순함이나 섹시함과 같은 고정적 ‘여성스러움’을 벗어던지고 거침없는 언행으로 여성팬들의 지지를 받는 여성 연예인을 의미한다.
걸 크러시는 영역 파괴에서 시작된다.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힙합을 전면에 내세운 걸그룹 2NE1이 원조라 할 수 있고, 이후 포미닛과 소나무, 디아크 등이 힙합을 무기 삼아 여성팬들을 섭렵하고 있다. 걸그룹의 팬덤은 남성이 주축이 된다는 선입견을 깬 것이 이들이 인기를 얻은 요인이다.
여성 래퍼들의 대결을 그린 케이블채널 Mnet ‘언프리티 랩스타’(사진)는 걸 크러시 열풍을 가속화시켰다. 시즌1에 참여했던 제시, 치타, AOA의 지민 등이 스타덤에 올랐고 최근 시작된 시즌2에서는 트루디와 헤이즈, 길미 등이 주목받고 있다. Mnet 관계자는 “원더걸스의 유빈, 씨스타의 효린, 피에스타의 예지 등이 걸그룹의 멤버로서 갖고 있던 이미지를 깨고 촌철살인 가사가 돋보이는 랩으로 걸 크러시를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 중인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의 여군특집도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뭉개는 콘셉트로 인기를 얻고 있다. 처음엔 군대 문화를 모르는 여성 멤버들이 실수를 연발하고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웃음을 유발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를 극복하고 군인다운 면모를 갖춰가는 모습을 통해 ‘여성’과 ‘군대’의 간극을 좁히는 역할을 한다.
그 동안 예능 프로그램은 여성에 대한 편견을 만드는 역기능을 보였다. 여성의 외모를 희화시키는 개그를 일삼거나, 외모가 뛰어난 여배우를 게스트로 초대해 여러 남성 MC들이 그를 띄워주는 대상으로 활용했다. MBC 예능국 관계자는 “대중문화 소비 주체로 떠오른 여성들은 대상화된 여성 캐릭터보다는 ‘할 말 하는 언니’들을 선호한다”며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기반으로 걸 크러시가 주목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