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 명지대 교수·경제학, ㈔시장경제제도 이사장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각국 주재 대사 및 총영사 등 재외 공관장 170여 명과 만나면서 던진 말은 “우리와 그쪽 경제 교류는 뭐가 있으며 어떤가요”였다고 한다. 공관장들은 주재국과의 외교 현안에 대해 질문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통령의 질문은 경제 교류였다. 공관장들은 허를 찔렸을 수 있지만 여기에 맥이 있다.

정책은 목표가 그럴듯하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미시정치(micro politics)’의 저자 매슨 피리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는 영국에서 같은 보수당 총리인 에드워드 히스는 실패했고 왜 마거릿 대처는 성공했는지, 미국의 같은 공화당 대통령인 리처드 닉슨은 실패했고 왜 로널드 레이건은 성공했는지를 말이다. 정책 지향점과 정책이 기반하는 철학적 기초는 똑같지만 성과는 판이하다. 그의 분석은 간명하다. 성공하려면, 거대 담론에 함몰되지 말고 문제를 잘게 쪼개 하나씩 해결하는 정책 수단으로서의 운반 도구, 즉 ‘수레(vehicle)’를 갖추라는 것이다.

경제 성장을 떠받치는 ‘효자’였던 수출이 올해는 성장률을 깎아 먹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6일 국회 예산정책처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는 -0.9%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상반기 한국 경제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4% 성장했는데, 내수가 경제성장률을 3.2% 올려놓은 것을 수출이 잠식한 것이다. 수출의 경제 성장 기여도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컸던 2010년 이후 5년 만이다.

올해 수출 부진은 유가 급락으로 수출 단가가 떨어진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여기에 세계 교역 증가율 하락 등 경기적 요인과 한국 주력 산업의 수출 경쟁력 악화 등의 구조적 요인까지 겹쳤다. 지난해 전체 수출의 25.4%를 차지한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 부진도 암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고 그 여파가 신흥국 실물경제에까지 미치게 되면 신흥국에 대한 수출도 기대하기 어렵다.

새로운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 재외 공관장을 통한 현장 경제 외교 강화가 대안이다. 재외 공관장은 기업들이 진출하려는 지역의 현지 사정과 관습 및 통상 거래 정보 등에 정통하다. 그러나 이러한 무형 자산은 사실상 사장(死藏)돼 왔다. 매년 공관장회의가 열리는 3월에만 공관장과 수출 기업과의 교류가 있을 뿐, 대부분은 일회성 행사로 끝난다. 수출을 늘리려면 틈새시장 개척과 한류 확산을 통한 서비스 수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현장 경제 외교 강화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 재외 공관이 교두보가 돼야 한다.

그동안 해외 공관장 인사는 ‘순혈주의’로 폐쇄적으로 운영돼 왔다. 이제는 직업 외교관 출신의 공관장 중심 체제를 탈피해야 한다. 일반 공무원 조직의 효율성 확보와 유능한 인재 영입을 위해 인사혁신처가 설립됐지만, 2014년 말 기준 통상 관련 민간인 임용률은 18.5%에 불과해 ‘무늬’만 개방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관장 인사에도 통상 관련 전문 지식을 쌓아온 공무원·기업인·연구원 등을 영입할 수 있도록 인사 혁신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수출은 물건을 사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앉아서 물건을 팔 수는 없다. 현지 사정에 밝아야 한다.

‘로마제국 쇠망사’를 저술한 역사학자 에드워드 기번은 ‘바람과 파도는 언제나 가장 유능한 항해사의 편’이라고 했다. 경제는 운동장을 넓게 쓰고 사람을 널리 찾아 쓰는 쪽이 이기게 돼 있다. 이제는 현장 경제 외교에 눈뜰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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