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 아무르바 안쪽 사무실에 사내 여섯 명이 둘러앉아 있다. 상석에는 러시아 마피아의 터줏대감 행세를 하는 라진, 왼쪽에는 아무르바 사장 마르비와 라진의 심복 노보스키가 앉았고, 그 앞쪽에 대전 유성파의 전무 고복진과 조상규, 통역 빅토르 안이 자리 잡았다. 라진은 보드카에 적당히 취한 상태인데, 고복진과 약속을 11시에 했지만 한 시간을 기다리게 한 후에 방금 불러들였다. 라진이 웃음 띤 얼굴로 고복진을 보았다.

“상의할 것이 있다고 했는데 무슨 일이오?”

통역을 들은 고복진이 바로 대답했다.

“예, 저희 보스의 지시를 받고 왔습니다만 러시아와 동맹을 맺고 싶습니다.”

“동맹?”

빅토르 안에게서 시선을 뗀 라진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라진의 시선을 받은 마르비는 따라 웃었지만 노보스키는 외면했다. 곧 라진이 웃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어떤 동맹을 말하시오?”

“예, 미·일의 마피아-야쿠자 연합세력, 그리고 김광도의 세력에 대비하기 위한 동맹입니다.”

“방금 김광도의 세력이라고 했소?”

“그렇습니다.”

“김광도가 한랜드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요?”

“압니다.”

“내가 알기로는 한국에서 서울 강남의 거대 조직이 곧 자리를 잡을 것 같은데 우리가 당신들하고 서둘러 동맹을 맺어야 할 이유가 있어야겠소.”

이것이 핵심이다. 통역하기 쉽도록 한마디씩 분명하게 말했던 라진이 곧 답변을 듣는다.

“김광도의 방해로 영업이 안 됩니다. 우리 업체의 지분을 드릴 테니까 러시아에서 보호해 주십시오.”

작정하고 왔기 때문에 고복진도 가감 없이 말하자 라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지워졌다. 이건 동맹이 아니라 수하가 되겠다는 말이다. 앉아서 보호비만 받게 되었다. 라진이 물었다.

“보호비는?”

“영업이익의 10퍼센트.”

“20퍼센트는 받아야 하겠는데. 인건비가 많이 나가.”

“우리 보스는 15퍼센트가 넘으면 차라리 업체 문을 닫겠다고 했습니다.”

“좋아, 그럼 15퍼센트.”

의자에 등을 붙인 라진이 다시 얼굴을 펴고 웃었다.

“계약서에 사인한 날부터 업체에 손님이 쏟아지게 만들어 드리지.”

“감사합니다.”

“우리가 중국 측하고 연대한 사실을 알고 있지요?”

“알고 있습니다.”

“강남의 조직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요?”

“예, 라진 씨.”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일 것 같소?”

“그것이….”

고복진은 심호흡부터 했다. 한국 최대 조직인 강남의 신한국파는 한랜드에 전력투구하기로 내부 총회의 의결을 받았다. 신한국파는 12개 지역 조직의 연합체 형식인데, 말이 강남의 신한국파지 본부만 강남에 있을 뿐 부산, 대구, 전주, 광주, 서울, 대전, 인천 세력 등을 규합한 연합조직이다. 현재 신한국파 회장은 서울 강남회 회장인 백기종인데, 강남건설 회장이기도 하다. 고복진이 말했다.

“저희보다 10배는 클 겁니다.”

그래서 러시아 마피아와 붙은 것이다.

유성파는 신한국파에 끼지 못했다. 라이벌인 대전파가 선수를 쳤기 때문이다. 라진이 건성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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