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전문가 좌담 <시리즈 끝>사회 = 박민철 차장 (경제산업부)

세계 인구 고령화로 인한 환자 급증과 신흥국의 의료복지 확대로 의약품 전체 시장이 지속해서 확대되는 추세다. 오는 2020년에 세계 의약품 시장은 1조4000억 달러(약 1633조8000억 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의약품산업은 선진국형 산업으로 신기술 및 개발과정에 막대한 자본을 요구하기 때문에 세계 7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가 미래의 먹거리로 놓칠 수 없는 분야이다. 국내 제약산업이 최근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미미하다. 이에 문화일보는 최근 국내외 바이오 산업의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 성장 동력에 필요한 장·단기 과제를 짚어보는 특별 좌담회를 마련했다. 지난 2일 문화일보 사옥에서 2시간가량 진행된 특별좌담에는 김진석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 정윤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지원단장, 권영근 연세대 생명시스템대 생화학과 교수, 손영선 바이오 중소기업 앱콘텍 대표가 참석해 주요 현안과 개선과제를 지적했다.

―최근 바이오의약품 시장 전반에서 다양한 성과들이 나오며 활력을 띠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손영선 = 제약 부문에서는 한미약품이 최근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에 성공해 신약 부문에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많은 국내 회사들이 자극받은 것으로 예상한다. 바이오 부문에서는 과거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단백질복제약) 항체를 개발하며 선두 주자로 치고 나갔다. 이후 삼성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의 자회사를 통해서 바이오시밀러 분야에 드라이브를 걸고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등 외형적 실적을 거두고 있다.

△권영근 = 바이오산업에서 시장성 및 성장 잠재성이 가장 큰 분야는 의약품이다. 의약품은 제품을 기준으로 분류하면 저분자화합물을 기반으로 한 제약과 단백질과 같은 생체분자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의약품으로 구분된다. 저분자화합물의 경우, 신약 전 개발과정에서 생명공학기술이 핵심이기 때문에 바이오산업에 포함된다. 국가 연구·개발(R&D) 분류상에서 바이오의 중요 투자분야다. 바이오의약품은 전 세계적으로 시장 성장성이 크다. 최근 국내에서도 세계 최대 수준의 생산시설을 갖춘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정윤택 = 최근에 기업의 적극적인 R&D 투자를 통해 가치 있고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신약의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제약산업은 바이오의약품과 화합물의약품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세계 50대 제약회사만 보더라도 바이오의약품 회사와 화합물의약품 회사를 포괄하고 있다. 글로벌 추세도 제약기업들은 바이오의약품과 화합물의약품을 융합과 상호보완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따라서 제약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바이오의약품과 화합물의약품을 하나의 분야로 봐야지 구분해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의 바이오의약 산업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김진석 =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지난해 기준 2조 원이고 매년 11.5%의 성장을 하고 있다. 속도가 매우 빠르다. 우리는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기업 간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이 본격화되기 위해선 10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 지금은 바이오 신약 부문 등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국내 회사도 해외 굴지의 회사처럼 구체적 성과가 나오고 있어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손영선 = 현재 바이오의약품은 주로 바이오시밀러 중심이다. 이는 특허가 끝난 제품의 유사한 약효 제품을 생산하는 것인데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앞으로 바이오시밀러로 얻은 자금을 바이오신약 부문에 투자한다면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성공처럼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학계, 출연연구소, 정부가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정책 개발에 더 노력해야 한다.

△정윤택 = 과거 민간 벤처캐피털 출자에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가 1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는 바이오 관련 투자가 1위를 차지했다. 임상 부문에서 지난해 8월 기준으로 미국·유럽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전체 84개 품목이 임상시험 중이며 그 중 바이오의약품이 31개다. 미래 글로벌 신약으로 발전할 후보 물질들이 지속해서 임상시험 중에 있다. 줄기세포 부문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5개 허가가 났으며 그중 우리나라에서 허가된 품목은 4개를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등 글로벌 수준의 생산기지가 현재 세계 3위 수준에서 2016년에는 세계 1위가 돼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의 글로벌 생산기지로 도약하게 된다. 신약개발에 있어 중요한 인프라는 임상시험이다. 서울이 세계 1위의 임상시험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로써 미래의 바이오의약품 분야의 장래가 밝다고 판단된다.

△권영근 = 우리나라 바이오의약품의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70% 후반대로 미국 등 선도국과 격차는 있다.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의 시가총액 약 250조 원, 연간 매출 50조 원, 연간 순익 10조 원, R&D 비용 10조 원 정도와 비교해 국내 1위 제약사인 유한양행이 연간 매출 1조 원을 간신히 넘긴 것을 보면 그 규모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바이오 분야의 정부 R&D 지원이 크게 확대됐고, 이 때문에 바이오의약품 개발의 기반이 되는 생명공학 관련 기초원천연구의 수준이 획기적으로 발전됐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이 내수중심에서 글로벌시장으로 탈바꿈하는 전환기에 있다.

△정윤택 = 중국의 제약시장은 현재 전 세계 3위이나 2017년에는 세계 2위로 급부상하게 된다. 이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의료개혁을 통해 국민들이 의료서비스를 확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약품의 수요가 급증하게 된다. 실제로 영국의 기업혁신기술부(BIS)에서 매년 글로벌 1000대 기업을 중심으로 R&D 투자동향을 발표하는데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미래 가치를 고려해 제약·바이오 부문이 가장 높은 R&D 투자를 보이고 있다. 이는 과거 자동차나 ICT 등이 산업을 주도했다면 미래에는 제약·바이오 부문이 주도할 것임을 보여준다. 국가의 제약주권 보호차원에서도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육성 및 발전이 필요하다.

△김진석 = 국내 기업들은 지금 바이오시밀러에만 너무 집중돼 있다. 바이오 신약 개발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새로운 치료제, 의약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오시밀러 분야와 신약 분야가 균형 있는 발전을 이뤄야 한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인해 백신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전염병 확산 등에 사전 대처해야 한다는 여론도 커졌다.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김진석 = 최근 사람들이 ‘건강안보’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바이오 산업이 발전하며 바이오시밀러, 바이오신약 등 새로운 가치에 맹목적으로 집중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전통적 백신 시장도 무시해선 안 된다. 백신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2009년 창궐한 신종플루는 정부가 지원하던 제품의 출시로 인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이번 메르스는 아직 세계적으로 백신이 없어 대증요법으로 치료했다. 국내 허가된 31종 백신 중에 우리나라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것은 10여 종에 불과하다. 그런데 국산화가 쉽지 않다. 정부는 ‘글로벌 백신 제품화지원단’ 등을 통해 임상 단계 진행품목에 대해 중점 지원하고 있으나, 백신 자급화를 위해서는 이러한 지원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

△손영선 = 과거 에볼라바이러스가 출현했을 때 미국과 일본은 그 당시에 이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었다. 미국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정부연구소와 벤처 기업이 원숭이에게 약효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감염성 질환에 대한 투자 대비 상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기업들의 관심이 저조하다. 특히 기업이 프리미엄 백신이 아닌 일반 감염성 백신을 개발한다 하더라도 국민들이 다 접종하지 않기 때문에 수익이 발생할 수 없다. 기업은 이런 이유로 이 백신을 직접 개발하지 않고 해외에서 들여와 상품으로 팔려 한다. 따라서 정부는 이와 같은 감염성 백신을 개발하는 국내의 대학, 벤처기업을 지속해서 지원을 해줘야 한다.

―바이오의약품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 어떤 게 필요한지 조언해 달라.

△권영근 = 바이오의약품 개발은 기초연구부터 시장진출까지 10년 이상 오랜 시간이 걸리고 넘어야 할 수많은 기술적 장벽과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선진국 연구진과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임계 규모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바이오 관련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혼자 힘으로 하기에는 모든 면에서 역부족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수시로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을 거듭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정부, 학계, 산업계가 큰 틀에서 하나의 기업처럼 조화롭게 역동적으로 함께가는 모습이 필요하다. 혁신적인 기술중심의 바이오벤처가 지속해서 육성되고, 기업 간 합병 및 공동출자를 통해 상호 ‘윈윈’하는 기업생태계 변화도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손영선 = 인력에 관해 이야기하겠다. 우리는 연구 층위에서 중간 부분이 취약하다. 박사급이 매우 부족하다는 말이다. 미국·유럽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국내의 경우, 기업과 대학 및 출연연구소의 연구 인력은 대부분 석사 출신이다. 중국은 엄청난 박사급 인력들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들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기술을 탄생시킨다. 우리나라의 경우 박사급 연구인력들이 모두 대학으로만 가려 한다. 벤처기업을 포함한 기업 등은 일자리가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윤택 = 혁신적인 신약개발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해주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약값 우대가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바이오의약품 분야는 새로운 기술과 인간 유래 유전자 등에 대한 연구가 바탕이기 때문에 첨단 바이오의약품이 시기적절하게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선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정리 = 박민철·박정민 기자 mindom@

사진 = 신창섭 기자 bluesk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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