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반도체 사업장에서 발생한 직업병 피해보상 협상에 참여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뿐만 아니라 갖가지 동조 단체들이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반도체 사업장에서 발생한 직업병 피해보상 협상에 참여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뿐만 아니라 갖가지 동조 단체들이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반올림의 협상’권고안 15개항 수정 요구
사실상 보상 전면적 거부

제보 피해자들 포함 위해
근무기간 기준 축소 주장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백혈병 문제의 출발은 지난 2007년 공인노무사와 산업보건의, 변호사 등 활동가들로 구성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가 백혈병을 반도체 직업병이라고 규정하고 삼성전자에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국가 차원에서 운영되는 산재보상 제도에 의해 다뤄져야 할 일이지만 반올림은 삼성전자에 직접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사회 문제화를 시도했던 것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3년 삼성전자와 반올림 사이에 직접 협상이 시작됐으나 반올림은 삼성전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는 입장을 고집하며 보상 논의에 어깃장을 놓았다. 반올림은 발병자와 가족 등 당사자 8명과 활동가로 구성돼 출발했으나, 보상 논의를 먼저 하자는 당사자들에게 탈퇴를 요구해 결국 분열됐다. 2014년 9월 반올림에서 나온 피해 당사자 6명이 별도의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를 구성하고 조정위원회를 통한 해결을 제안했다.

이후 가대위의 제안에 따라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정위원회가 출범했다. 반올림은 조정위원회를 거부하다가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위원으로 확정되자 수용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백 교수는 반올림이 자신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전문가로 공공연히 소개할 만큼 반올림과 입장을 같이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2009년 11월 국정감사 과정에서 삼성전자 생산라인에서 벤젠이 검출됐다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작업장 공기 중이 아닌 감광재에서 벤젠이 검출됐고 그 양도 일반 휘발유의 1000분의 1 수준이었지만 백혈병 원인물질인 벤젠이 발견됐다는 주장만 부각한 것이다. 이후 소송 과정에서 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해 백 교수는 “시간이 오래 지나 자료를 찾을 수 없다”며 불응했다. 지금까지도 벤젠 검출 근거자료는 한 번도 제시한 적은 없다.

조정위원회는 8개월 동안의 활동 끝에 지난 7월 23일 △삼성전자의 1000억 원 기부를 통한 사단법인 설립 등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가대위는 사단법인을 제외한 대부분 권고안을 수용했으나, 반올림은 최근 권고안에 대해 15개 항목에 걸쳐 조목조목 반대하며 수정을 요구했다. 특히 그 중 11개 항목이 보상 부문에 집중돼 있다. 이는 권고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보상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나 마찬가지다. 반대의 주된 이유는 반올림에 제보한 피해자들을 보상 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논리였다. 대표적으로 전리방사선 노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질병을 모두 보상하라는 요청과 재생불량성빈혈의 최소 근무기간을 3개월로 줄여달라는 요청이다. 이 기준을 벗어나는 반올림 제보자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반올림의 수정 요구안에는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매년 100억 원 이상을 무기한 내놔야 한다는 황당한 요구까지 포함돼 있다. 사단법인이 미래발병자 보상까지 맡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존속하는 한 매년 이 정도 돈을 재단에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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