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 채무보증 등 지원
쓰러져 가던 업체 살려내
미쓰비시 등 주요 대기업
체질 개선… 새 도약 발판
“산업경쟁력강화법(산경법)에 따른 지원 승인으로 정리해고 없이 안정적으로 신사업에 집중하는 등 사업 재편을 완수할 수 있게 됐지요.”
지난 5일 일본 도쿄(東京)에 위치한 학습교재 회사 일본표준 사무실. 이 회사 가네토 다카히토(兼頭孝仁) 재무총괄(CFO) 전무는 최근 회사가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된 계기를 산경법에서 찾았다고 설명했다.
일본표준은 일본 초등학교 평가 교재를 전문적으로 개발·판매, 연 매출 80억 원을 올리는 중소기업이다. 1950년에 문을 연 이 회사는 일본 내 초등학교 평가교재 시장에서 점유율 3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가네토 전무는 “평가 교재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직접 선정하고, 실제 평가에 사용되기 때문에 외부로 돌릴 수 없고, 굳이 전시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실용성을 강조하며 한 우물을 파 온 이 회사도 일본 학습교재 시장의 포화, 저출산으로 인한 초등학생 수 감소, 엄격해진 개인정보 보호 정책으로 인한 가정 방문판매금지 등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가정용 학습교재의 경우 방문판매로 이뤄지는데, 고객들의 집 주소나 연락처 등 개인정보 보호정책이 강화되며 영업에 난항을 겪었다.
가네토 전무는 “가정용 학습교재 사업부문을 정리하고 초등학교 선생님들을 상대로 한 평가교재 사업부문에 집중하기 위해 사업 구조 재편이 불가피했다”며 “이 과정에서 정부에 산경법 지원 신청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산경법에 따른 지원을 받으려면 정부가 요구하는 각종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며 “그 조건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고 전했다.
한계기업이 아니기에 정부나 채권은행이 곧장 자금 등을 긴급 수혈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산경법의 취지가 ‘과잉공급 및 중복투자 회피를 통한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맞춰져 있어, 정상기업이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정부에 설명해야 한다.
가네토 전무는 “정부에 제출한 서류만도 한 트럭이 될 정도”라며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들인 수고를 인정했다. 일본표준은 가정용 교재 사업부문을 정리하는 대신 평가교재 사업 부분을 강화하는 내용의 사업재편 계획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 인력 구조조정 및 신사업에 투입되는 비용이 발생했다. 특히 일본 초등학교는 4년에 한 번꼴로 학습교재 변경이 있기 때문에 여기에도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사업재편 과정에 필요한 자금만도 20억 엔(약 194억 원)에 이르러 기존 주거래은행의 대출한도로는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산경법 지원이 결정된 후 채권은행 대출 자금에 대한 정부의 채무보증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일본표준은 신상품에 해당하는 ‘학력 보장 시스템 수업 내비게이션’을 개발·판매하게 됐으며, 이 신상품이 지난해 이 회사 전체 매출의 1.02%를 기록하는 실적을 거뒀다.
일본표준과 같은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많은 대기업도 일본 정부가 1999년 제정한 ‘산업활력법’이나 지난해 1월부터 개편된 산경법 등 산업재편 지원제도를 통해 성공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쓰비시와 히타치제작소는 산활법·산경법을 활용해 합작법인을 설립, 2000년 제철·기계사업을 완전 통합한 데 이어 2011년 수력발전 설비사업을 통합했다. 지난해 원자력발전을 제외한 발전플랜트사업도 통합하는 성과를 거뒀다.
실제 이들이 통합한 후 매출 규모는 20조 원으로, 독일 지멘스(38조 원), 미국 GE(33조 원)와 경쟁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게 됐다. 일본 정부가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를 세우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에 대해 일본 기업들도 반감보다는 환영한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 석유화학 기업인 다이요(太陽)석유화학주식회사에서 12년째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김경준 상무는 일본 정부의 산업재편 지원제도에 대해 “정부가 기업들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시장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불필요한 일본 기업 간의 과당경쟁과 중복투자를 막아 여기에서 발생하는 비용으로 신기술 개발, 특화된 분야에 집중하도록 정부가 판을 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쿄 =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임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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