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섭 / 행정자치부 장관

창설 70주년을 맞은 유엔의 올해 총회는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대한민국의 국격과 위상을 재확인할 수 있는 행사였다. 유엔 개발정상회의 기간 중 열린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행사에서 우리는 식민 지배와 분단의 아픔을 겪었던 세계 최빈국이 눈부신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성공시킨 성취 과정과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었다. 그동안 20개 이상의 많은 개발도상국 정상들이 우리의 독특한 지역사회 개발 모델인 새마을운동의 발전 경험을 공유하기를 희망했지만, 이는 개별 국가 단위의 요청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의 성공 사례를 국제사회의 공식적 이슈로 부각시키고 새로운 국제협력개발 패러다임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빈곤의 종말’로 잘 알려진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구촌의 빈곤 퇴치는 가능하다. 한국 국민이 증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 원동력인 새마을운동은 세계 곳곳에 영감을 주고 있다”며 새마을운동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유엔 개발정상회의에서 합의된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극빈(極貧) 근절’이라는 지속가능 개발 목표(SDGs)의 효과적 실천 수단으로 새마을운동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인종·언어·관습과 역사적 배경, 사회 발전 단계가 서로 다른 개도국과 지역 주민들에게 단순 모델의 새마을운동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시행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점을 드러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원조나 개발협력(단순 물자 지원 등)과 다를 바 없는 사업에 새마을운동이라는 이름을 무분별하게 붙일 경우 장기적으로 새마을운동의 철학적 이념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주민 의식 개혁을 위한 교육보다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프로젝트 사업도 마찬가지다.

새마을운동이 개도국 스스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대안이 되기 위해선 유의할 점이 있다.

우선, 교육을 통한 ‘인적자본’의 중요성이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교육과 인적자본 형성을 통해 경제 발전과 근대화를 이룩했다. 교육은 새마을운동 성공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행정자치부는 교육을 통한 개도국 새마을지도자 양성에 주안점을 두고 초청교육 프로그램을 집중 전개했다. 지금까지 92개국 5000명 이상이 이 과정을 수료했다. 또 오는 11월에는 해외 새마을지도자와 개도국 장차관이 참여하는 ‘지구촌 새마을지도자 대회’를 개최, 지구촌 새마을운동의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심화·확산시킬 계획이다.

그리고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촉진할 수 있는 ‘좋은 정부’의 필요성이다. 새마을운동의 성공 요인이라면 주민 참여 의지, 주민 총의를 기초로 한 사업 추진, 정부의 전략적 지원 등을 꼽을 수 있다. 효율적이고 투명한 행정 시스템은 주민들의 참여 의식을 고취하고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게 만든다. 지속 가능한 새마을운동을 가능케 하는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이는 정책 전 과정에서 국민의 참여를 확대하고 국민 입장에서 정책과 서비스를 만드는 우리 정부의 역점 사업인 ‘정부 3.0’의 목표와 그 궤를 같이한다.

‘원조 환상(aid illusion)’이란 말이 있다. 부유한 사람 또는 나라가 가난한 사람 또는 나라에 돈을 더 주면 세계의 빈곤이 사라질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된 말이다. 행정자치부는 정보기술(IT)과 새마을운동이 결합된 신(新)새마을운동이 개도국의 한 차원 진화된 개발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이를 통해 새마을운동이 원조 환상을 극복하고 개도국의 빈곤을 개선함으로써 인류 공동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명품 행정 한류(韓流)’로 정착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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