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재계 등에 따르면 최근 사업재편 계획을 세우고 M&A를 시도한 기업 가운데 까다로운 절차나 규제로 인해 M&A 완료까지 어려움을 겪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들 기업은 선도적으로 사업재편을 시도했지만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난항을 겪어 기활법 제정이 시급함을 대변하고 있다.
롯데쇼핑 하이마트 인수때
공정위 심사만 107일 걸려
삼성중공업·엔지니어링 합병
주식매수청구권 부담에 좌절
지주회사 제한 등도 ‘걸림돌’
기활법에 규제완화 반영해야
주주총회 절차나 채권보호 절차의 간소화, 간이·소규모 합병 요건 완화, 지주회사 규제 유예기간 연장 등 기활법에 포함된 특례들의 적용을 받았다면 이들 기업의 M&A 등 사업재편은 한결 더 수월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롯데쇼핑은 국내 유통업계 1위 기업으로 유통사업 역량 강화 및 관련 사업부 시너지 창출을 위해 전자유통업계 1위인 하이마트를 인수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장기화됐다. 롯데쇼핑은 2012년 7월 12일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했으나 2012년 10월 29일에서야 인수 승인이 났다. 승인이 나기까지 107일이 걸렸다. 공정위는 롯데쇼핑에 관련 시장 획정과 수평·혼합 결합 검토에 따른 경쟁제한성 심사를 위해 수차례 자료를 보정할 것을 요청했다. 여기에 2012년 말 경제민주화 바람으로 대형 유통업체의 납품업체 판매 수수료 인하 요구를 기업결합 심사와 연계해 승인이 추가로 지연됐다. 이 같은 공정위의 승인 지연으로 인해 9월 26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까지 연기됐다. 롯데쇼핑은 또 기업결합 심사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별 시장집중도 평가에 따라 경쟁제한 추정 지역을 선별하는 작업을 실시했으며, 경쟁제한성 판단을 위해 하이마트 10개 점포 고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까지 했다. 인수계약 체결 이후 기업결합 심사 지연으로 피인수회사 직원들의 동요도 발생했고, 합병 후 통합 작업도 지연돼 롯데쇼핑으로선 적잖은 손해를 입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역시 기업의 M&A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의 경우 이번 기활법 발의 과정에서도 한시적 폐지 등이 검토됐으나 ‘주주권리 침해’ 등을 이유로 법안에 반영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실패에서 볼 수 있듯 과도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조선업을 주력으로 하는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엔지니어링을 흡수 합병해 협업 시너지 창출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 했다. 합병 시엔 연매출 24조6408억 원, 자산 22조3559억 원(2013년 말 기준)의 초대형 중공업 회사가 탄생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식매수청구금액이 청구 한도인 4100억 원을 초과하는 7063억 원으로 청구돼 결국 합병은 무산됐다.
호남석유화학은 아시아 선두 화학그룹을 목표로 케이피케미칼과 합병하고 사명을 롯데케미칼로 변경했다. 합병을 통해 자산 규모 확대, 사업 다각화, 영업 현금 흐름 확대, 신규 사업의 통합 운영에 따른 시너지 등의 효과가 기대됐다. 하지만 과도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해 합병계획이 3년이나 지연됐다. 2009년 9월 1차 합병계약이 체결된 후 실시된 주식매수청구에서 행사 한도는 2000억 원이었으나 총 6950억 원이 청구돼 합병이 무산됐다가 2012년 12월에 이뤄진 2차 합병계약 이후에 행사 한도 이내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돼 어렵게 합병에 성공했다.
지주회사 관련 각종 규제 역시 기업의 정상적인 M&A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CJ제일제당은 물류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그룹 내 물류사인 CJGLS와 함께 국내 최대 물류기업인 대한통운을 인수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상 행위제한(증손회사 규제)으로 인해 신규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한통운(손자회사)이 보유한 자회사 중 지분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11개사는 증손회사로, 공정거래법상 행위제한 위반 사유가 돼 지분을 100% 소유하거나 행위제한 기간(2+2년) 내에 매각해야 했다. 대한통운 내 항만사업은 항만법, 민간투자사업법 등에 의거해 각종 법인 형태로 진행돼 있어 지분을 추가 매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CJ제일제당의 인수 이후 투자를 제안받은 국내 물류기업이 있었으나 100% 지분 확보가 불가능해 인수를 포기하기도 했다. 기활법에서는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사업재편 시 ‘3+1년’ 유예기간을 연장해주는 한편 현행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 소유 100% 의무를 50%로 완화해주는 특례를 담고 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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