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론에 그친 공동성명 = 한·미 정상은 첫 대북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적인 실질 조치를 포함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기존 대북 압박 기조를 강화하는 데 그쳤다. 물론 “북한에 보다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협상의 문을 열어뒀지만, “북한이 핵·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진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내용을 제시하지 않았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성명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당사국 간의 공조만 강조했을 뿐 미국이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북한에 대한 분명한 압박책도, 유인책도 없었던 성명”이라고 평가했다. 6자회담이 7년째 공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가 쥐고 있는 카드는 ‘탐색적 대화’뿐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언급은 전무했다는 지적이다. 11월 초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서 북핵 관련 공동선언이 채택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의미 있는 성과는 미지수다.
◇요원한 한·미·중 프로세스 =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과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 역할론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대북 압력 행사에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왔던 북핵 문제 해결의 ‘한·미·중 협력 프로세스’의 가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평가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미국이 중국의 역할을 지지한 것은 결국 북핵 문제 해결의 공을 중국으로 떠넘긴 것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회견에서 중국과 갈등을 빚는 남중국해 문제에 한국의 지지를 요청하고 나서면서 미국의 복심이 대중 ‘협력’보다 ‘견제’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중국경사론 불식이 주요 과제였던 정부로서는 한·미·일 협력 강화를 여러 차례 언급하며 미국에 화답했으나 중국이 이를 못마땅하게 여길 경우, 한·미·중 협력에 장애물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조급한 통일론 =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미국과 통일 문제를 강조하고 나선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방미 기간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양국 고위급 협의 채널을 만들기로 하는 등 ‘통일 외교’ 세일즈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통일의 최대 장애물인 북핵 문제에 진전이 없는 데다가 정작 통일의 대상인 북한과의 대화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통일 논의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우려가 크다. 또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날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설·질의응답에서 통일을 언급하며 “한·미 동맹의 역사를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해 나갈 것을 천명했는데, ‘한·미 간 통일논의’가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북한에 흡수통일 기도로 오해할 여지를 줄 수도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박 대통령이) 북핵을 해결하는데 가장 빠른 방법이 통일이라고 하는 등 몇 단계를 건너뛴 통일론을 말했기 때문 북 입장에서는 이를 흡수통일 시도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인지현·유현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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