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2시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이하 현대중) 건설장비 생산공장. 평소 같으면 요란스럽게 울려 나올 기계음은 오간 데 없고, 채 완성되지 못한 육중한 굴삭기 주변에 무거운 적막감만 맴돌았다.
멈춰선 컨베이어 벨트에는 30∼50t에 달하는 굴삭기 몸체가 남은 부품의 조립을 기다리며 꼼짝도 않고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루 40여 대의 완성 굴삭기를 생산해내던 출고장의 계기판은 ‘0’ 상태로 멈춰 있었다. 인근 출하장에 2000여 대의 완성 굴삭기가 버킷을 아래로 떨구고 있는 모습이 흡사 고개를 숙이고 애타게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보였다.
중국 등 글로벌 건설경기 불황의 여파로 현대중 건설장비 사업본부의 중·대형 굴삭기 생산라인이 설립 30년 만에 처음으로 휴업에 들어갔다. 이 회사 건설장비 부문이 감산이 아닌 한시적으로나마 공장가동을 중단한 것은 지난 1985년 사업본부 출범 이래 처음이다.
굴삭기와 휠로더 등 각종 건설장비를 제조하는 건설장비 사업본부는 2013년에는 2500억 원의 순이익을 올릴 정도로 현대중의 효자 부서였다. 하지만, 이듬해인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중국 등 세계 건설경기 불황의 영향으로 수출이 급감, 지난해 모두 660억 원의 순손실을 냈으며 올 상반기에도 벌써 253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중은 휴업 결정에 앞서 건설장비 사업본부의 해외지사 및 법인을 폐쇄하는 등 조직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지난 상반기 터키·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의 영업을 담당했던 이스탄불 지사를 폐쇄했고, 8월에는 현대커민스엔진의 청산을 결정했다. 그럼에도 결국 국내 생산량을 줄이지 않을 경우 재고 누적과 원가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사상 첫 휴업을 단행하게 된 것.
이번 휴업으로 9일부터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쉬는 700여 근로자들도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휴업 중 잡무 처리를 위해 잠시 출근한 근로자 H(48) 씨는 “회사가 휴업을 할 정도로 어려운 줄은 몰랐는데, 정말 충격적이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지금은 휴업이 5일밖에 안 되지만 앞으로 이런 휴업사태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동료가 많다”고 말했다.
현대중 건설장비 사업본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당장 경기가 호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또다시 휴업을 추진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울산 = 글·사진 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