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와 예일대, 다트머스대, UC버클리, UCLA, 영국 옥스퍼드대에 동시 합격한 천재 소녀.’
지난 2009년 세계 최고 대학들에 동시 합격하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김푸른샘(26) 씨. 미국 대학입학 수능시험(SAT)에서도 만점(2400점)을 받아 사람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했던 천재 소녀가 어느덧 성인이 돼 한국에 돌아왔다. 하버드대로 최종 진로 결정을 했던 김 씨는 영문학을 전공한 뒤 지난 2013년 졸업과 함께 귀국했다.
그녀의 ‘스펙’만으로도 사람들은 당연히 국내외 최고의 기업에 최고의 대우를 받고 다닐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그녀를 만난 곳은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KT 광화문지사 1층에 있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서울센터) 안의 조그만 ‘인큐베이팅 사무실’이었다. 달랑 책상 5개뿐인 한 평 남짓의 사무실은 5명 직원이 앉기에도 비좁아 보였다. 의외였다.
CJ그룹과 서울시가 공동 운영하는 서울센터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사무실에 둥지를 튼 그녀는 ‘㈜레터플라이’라는 회사의 공동 창업자다. 자신을 포함, 직원 5명이 모두 지분을 가진 ‘오너’인 것. 아직 매출도 없고 월급은 고작 40만 원인 말 그대로 ‘신생기업(스타트업 기업)’이다. 그녀의 사업 아이템은 ‘카드 서비스업’이다. 고객이 애플리케이션으로 편지나 카드에 쓸 내용을 보내면 이를 실물로 제작해 배송해 주는 사업이다. 군대에 간 남자친구에게 ‘손편지’를 쓰다가 간편하게 편지를 보낼 방법이 없나 고민하다 ‘이거다’ 싶어 사업에 나섰다.
“미국에서는 이미 이런 카드 서비스 사업이 활성화돼 있어요.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카드 서비스업을 하는 회사도 있는데, 매우 큰 회사예요. 한국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사업에 뛰어들게 됐죠.”
올해 초 사업 아이템을 구체화하다가 지난 5월 서울센터를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돼 입주 신청을 해 작은 공간을 배정받았다. 그녀는 “엔젤펀드에서 1억 원을 투자받았는데, 내년 초에 시작할 시범 서비스까지 사업비가 빠듯하다”며 “서울센터에서 사무실을 무료로 대여해 주지 않았다면 창업은 생각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지만, 고객 테스트에서 반응이 매우 좋아 내년에 사업을 시작하면 매출 12억 원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레터플라이는 이제 사업에 첫발을 내디딘 창업기업이지만, 서울센터의 도움으로 이미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도 있다. 파도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파력발전 분야 벤처기업인 ㈜인진이 대표적이다. 3m의 낮은 수심에서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온쇼어(On-shore)’ 기술을 개발,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기술개발 과제에도 선정된 기술력 있는 기업이다. 창업 당시 자금 조달과 전문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중 서울센터의 도움으로 7억2000만 원의 벤처투자와 우수인력 6명을 충원할 수 있었다. 이후 기술 로열티로 2억5000만 원의 수입도 발생했다. 이 회사 성용준 대표는 “대기업에서 근무했는데, 그곳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 2011년 직접 창업을 하게 됐다”며 “서울센터에서 멘토링을 받아 무난하게 창업을 할 수 있게 돼 올해에는 10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CJ그룹과 서울시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서울센터는 365일 24시간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아무 때나 방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하루 방문 인원만 평균 300명, 매달 6000~7000명, 연간 7만5000명이 서울센터를 찾고 있다. 영국의 구글 캠퍼스 연 방문 인원이 7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10여 명의 사업 멘토링이 항시 대기하면서 창업 희망자들에게 아이디어와 사업방향 등을 조언해 주고 있다. 서울센터는 올해 모두 50개의 민간협력 우수기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120개, 2017년에는 130개의 우수기업을 발굴해 육성할 방침이다. 특히 CJ그룹이 강점을 가진 푸드테크와 패션 스타트업 기업을 올해 10개 육성하고 내년에는 40개, 2017년에는 50개 기업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지역 창업지원 전문가를 올해 30명 양성하는 데 이어 내년에는 120명, 2017년에는 15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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