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판 위의 생선은 슬프다. 깜빡일 수도 없는 눈을 크게 뜬 채 누군가가 선택해주길 기다릴 수밖에 없는 수동적 존재다. 좌판에 오른 지 하루가 지나면 이내 퇴물이 된다. 더 신선한 생선에게 자리를 내주고 춥고 컴컴한 냉동고로 들어간다.
이는 소위 ‘오포 세대’라 불리는 요즘 청춘들의 삶과 비슷하다. ‘스펙’이라는 가격표를 달고 누군가 채용해주길 기다린다. 취업 재수생이 되면 갓 졸업한 파릇파릇한 ‘현역’들에게 치인다. 실업이라는 틀에 갇힌 청춘들은 얼린 동태 마냥 운신의 폭이 좁다. 생선으로 변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돌연변이’(감독 권오광·사진)는 현실과 너무 닮아 웃기면서 슬프다.
약을 먹고 잠만 자면 30만 원을 주겠다는 제약회사 생동성 실험에 자원한 박구(이광수)는 부작용으로 몸이 점점 생선으로 변해간다. 그는 한때 불우한 청년세대를 대표하는 상징으로서 스타덤에 오르지만 위기를 모면하려는 제약회사의 음모로 인해 결국 세상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한다.
권오광 감독이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집단 발명’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는 ‘돌연변이’는 우화다. 생선으로 변해가는 박구가 심각한 분위기와 상관없이 벌컥벌컥 물만 마셔대고, 수시로 분무기를 얼굴에 뿜으며 습기를 유지하는 모습에서는 웃음이 나온다. 반인반어의 엉뚱한 모습이 징그럽기보다 귀엽게 다가온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우화다.
하지만 현실의 문제를 대입하면 ‘돌연변이’는 잔혹 동화로 돌변한다. 30만 원을 벌기 위해 생명을 건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박구, 변변한 직업 없이 온라인에서 입씨름이나 벌이는 주진(박보영), 정규직 방송사 기자가 되기 위해 신분을 숨긴 채 생선인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취재하는 시용 기자 상원(이천희)에게는 취업, 연애, 결혼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요즘 청춘의 자화상이 담겨 있다.
여기에 정의와 합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박구의 아버지, 신약 개발을 둘러싸고 영웅과 범죄인의 경계에 놓인 변 박사, 박구를 대변하면서도 자신의 잇속을 챙기려는 인권 변호사까지 ‘돌연변이’는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수많은 인간 군상을 곳곳에 배치해 공감을 산다.
생선인간은 시대가 낳은 돌연변이다. 하지만 그는 외적 돌연변이일 뿐이다. 세상에는 심사가 뒤틀린 내적 돌연변이가 더 많다. ‘돌연변이’는 이런 뻔한 현실을 생선인간이라는 독특한 객체를 배치함으로써 뻔하지 않게 그리고 있다. 22일 개봉. 15세 관람가.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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