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0일부터 사흘 동안 추색(秋色)이 농익은 금강산에서 남북이산가족 제1차 상봉행사가 열린다. 이번 상봉행사는 2000년 8월 이후 20번째다. 하지만, 오랜만에 치러지는 뜻깊은 행사다. 1차 상봉행사에 참가하는 남측 가족 394명은 오후 3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금강산면회소에서 단체상봉으로 첫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둘째 날 개별상봉, 공동중식, 단체상봉 등의 행사에 이어 마지막 날 오전에는 2시간 동안의 작별상봉을 끝내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돌아와야 한다. 뒤이은 제2차 상봉행사에서는 남측 이산가족 90명과 동반가족 165명이 제1차 상봉행사의 예를 따라 사흘 동안 북측에서 온 가족 188명과 만나게 된다.
우리 곁에는 아직도 자유롭게 오갈 수 없는 고향 땅과 헤어진 가족, 친지들을 오매불망(寤寐不忘) 그리워하는 이웃이 많다. 문제는 그들 대부분이 고령이어서 생존할 날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향수병도 마음을 쑤시는 고약한 질병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 그리움 때문에 어떤 이들은 건강을 잃고 폐인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는가 하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슬픈 이야기들도 우리 주변에 많다. 그러므로 정부와 사회는 이산가족들의 한(恨)과 아픔을 달래주는 데 결코 인색해선 안 되며, 그들의 상봉이 수시로 이뤄질 수 있게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모든 가능한 방책을 지속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남북관계는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산가족의 아픔을 덜어주는 데는 어떤 정치적·이념적 계산보다 인도주의 정신과 순전한 도덕성에 우선적으로 이끌림을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예기치 못한 많은 변수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은 말할 것도 없고, 국지적 무력충돌이나 휴전선이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의 돌발 상황 등은 어김없이 남북관계에 먹구름을 몰고 왔다. 한때 잘나가던 금강산 관광조차 2008년 7월 11일 남한 관광객 박왕자 씨가 금강산 관광지구에서 북한 초병(哨兵)에게 사살된 이후 오늘날에 이르도록 전면 발이 묶인 상태다. 개성공단에서 남북 간 경제협력 문제도 늘 돌발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바람 잘 날 없는 남북관계 변수에 이산가족 상봉 문제만은 자주 휘둘리지 않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남북 당국자 간 지속적인 대화 채널을 통해 신뢰의 가교(架橋)를 확고히 구축해 둬야 한다. 이산가족 문제를 인도적 차원에서 풀어가는 쌍방 간 해결 노력이 정착할 수 있으려면 상대방의 과도한 요구에 대해서도 끈기를 가지고 경청하고 타협해 나갈 수 있는 신축성 있는 태도와 인내 및 지혜가 필요하다. 독일이 통일되기 전 서독(西獨) 정부가 견지했던 일관된 인도주의 정신과 높은 도덕성의 추구, 대화 채널을 통한 협상과 현실적인 실리(實利) 제공을 통한 타협 이끌어내기 등의 경험을 우리 정부도 백분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남북관계에서 풀어 가야 할 과제는 당면한 이산가족 문제만이 아니다. 북한에 장기간 억류돼 있는 국군포로나 피랍자들 문제도 언제까지 뒷짐만 지고 바라보고 있을 문제가 아니다. 그들의 생사 문제와 거주이전의 자유에 관해서, 비록 늦었지만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더 나아가 남북 간 경제력의 수준에 걸맞게 대북 인도적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리되, 동독 정치범 석방 거래를 30여 년간 줄기차게 추진했던 옛 서독 정부의 노력을 귀감 삼아 우리도 북한 전역에 수용돼 있는 정치범과 양심수, 종교적 박해를 받는 이들의 자유를 위해 높은 대가를 지급해서라도 모종의 거래를 시도해야 한다.
통일의 날은 점점 가까이 오고 있다. 정치적·종교적 이유로 갇혀 있는 이들에 대한 일말의 관심도,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 통일의 날을 맞이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때 도덕적인 수치심으로 얼굴이 붉어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정부 차원의 노력을 다해야겠지만, 종교 단체 등 민간 차원의 노력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러므로 이들 민간 차원의 노력도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적극 권장하고 후원할 필요가 있다. 동서독의 예에서 보듯 한쪽의 순수한 인도적 목적과 다른 쪽의 다른 정치적 계산이 때로는 맞아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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