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이 오늘(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1·2차로 나눠 열린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 2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열리는 것으로, 지난 목함지뢰 도발 사건 이후의 8·25 합의의 결과로 이뤄지게 됐다. 이번 행사 직전까지 많은 이산가족은 가슴을 졸여야만 했다. 언제 김정은의 마음이 돌변하여 취소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행히 북한이 대화 쪽으로 전술적 변화를 보이고 있어, 이번 행사는 일단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도 선택되지 못한 절대다수 이산가족은 부러움과 울분이 뒤섞인 감정을 억누르며 지켜보고 있다.
2000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된 후, 지난 15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이산가족 상봉 참가를 신청한 사람은 모두 13만409명. 그러나 그동안 이뤄진 19회의 상봉을 통해 가족을 만나는 데 성공한 사람은 1956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신청자들의 대부분이 고령자인 관계로 그동안 신청자의 절반에 가까운 6만3921명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 상봉 신청자의 연간 평균 사망자 수가 4227명으로 생존 신청자 6만6488명도 앞으로 16년 안에 대부분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금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16년 안에 상봉할 수 있는 인원은 2000여 명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결국 13만 명이 넘는 신청자 가운데 불과 4000명 정도만 가족 얼굴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상봉 형식도 문제다. 며칠 동안 정해진 시간에 잠깐 만나고 또다시 생이별하게 된다. 함께 살 수도 자유롭게 왕래할 수도 없다. 아니 전화 연락이나 편지 교환도 불가능하다. 죄수 면회도 이렇게 하지 않는 법이다. 그렇기에 ‘동물원식 상봉 쇼’란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 방식은 대폭 바뀌어야 한다. 우선, 상봉의 빈도와 규모를 대폭 늘려야 한다. 가능하면 상봉을 상설화·일상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상봉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사 확인과 전화 또는 서신 교류다. 지금까지 상봉자를 정하는 과정을 살펴볼 때, 생사 및 주소를 확인하는 과정은 기술적으로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극소수의 사람들이 잠깐 만나고 다시 보지 못하는 것보다, 다수의 사람이 연락을 취하며 살 수 있게 하는 편이 훨씬 인도주의적일 뿐 아니라 효과적이다. 셋째, 이북도민회와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가 주장하고 추진하는 80세 이상 고령자들의 성묘 방문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죽기 전에 고향 한번 가보고 싶다는 가장 기초적인 인권 중의 하나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제안을 북한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현재까지 우리는 이산가족 문제를 남북 간의 문제로만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이 문제를 국제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 ‘실향민 문제’는 ‘난민 문제’와 함께 국제사회에서 주요한 인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1998년 유엔이 만든 ‘실향민 처리지침(Guiding Principles on Internal Displacement)’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산가족 문제를 국제 이슈화하고 국제사회에 호소해야 할 것이다. 즉, 이산가족 문제는 이제 남북 간의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전 인류의 보편적 인권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sjhwa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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