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이산가족 상봉 첫날 부모-자식 상봉 5가족뿐
건강악화로 4명 상봉 포기
96가족 389명 금강산 行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헤어져 나를 많이 보고 싶어 했을 아버지를 만나러 갑니다.”

제20회 1차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 금강산 상봉소로 향하기 위해 20일 남측 집결지인 강원 속초 한화리조트를 나서는 상봉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긴장감이 동시에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생후 한 달 만에 헤어진 아버지 정세환(87) 씨를 만나러 가는 신연자(여·65) 씨도 있다. 이들은 이번 1차 상봉에서 겨우 5가족뿐인 부모·자식 상봉 가족 중 하나다. 아버지 정 씨는 아내 이영례(87) 씨와 갓 태어난 아이를 두고 마을 모임에 나간 뒤로 소식이 끊어져 버렸다. 가족들은 아마 마을 사람들이 우르르 북쪽으로 가게 된 것으로 추측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어머니가 재혼해 연자 씨의 성은 정 씨에서 신 씨로 바뀌었다. 연자 씨는 “내가 태어난 뒤 헤어져서 아버지가 나를 기억할 것이고, 많이 보고 싶어 하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직접 상봉장으로 가지는 못하지만, 딸을 통해 “고맙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했다.

남음전(여·83) 씨, 남순옥(여·81) 씨 자매도 두 손을 꼭 잡고 큰 오빠 남명수(85) 씨를 만나기 위해 이날 금강산으로 향했다. 오빠 명수 씨는 전쟁이 발발하자 의용군으로 참전하게 되면서 가족과 헤어졌다. 계속 아무 소식이 없자 가족들은 전쟁통에 죽은 줄로만 알고 수십 년간 제사를 지내왔다. 불교도인 순옥 씨는 매년 천도재도 지냈다. 순옥 씨는 “전쟁 직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내가 네 살짜리 남동생을 키워야 했는데, 오빠는 그런 내가 딱하다고 산에서 나무를 해다가 시장에 팔아서 예쁜 저고리를 사다 줄 정도로 다정하고 착했다”면서 “오빠 기억이 생생하고, 빨리 보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의 유명한 수학자인 형 조주경 김일성대 수학과 교수를 지난 2000년 이산가족 상봉 때 만난 조주찬(83) 씨는 이번엔 형수 림리규 씨와 조카들을 만나게 된다.

저마다 가슴 아픈 사연을 품고 있는 이산가족들은 이날 오후 3시 30분 첫 상봉행사를 통해 드디어 북측의 가족을 만난다. 전날 건강악화 등을 이유로 상봉을 포기한 4명을 제외하고 96가족, 389명이 강원 고성의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현대아산이 운영하는 버스로 갈아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낮 12시 40분쯤 금강산 온정각 서관에 도착한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속초=공동취재단
유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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