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여러 외교채널 통해
“韓, 목소리 내달라” 요구
분명한 태도 취하라 압박

韓 “지역 평화·안정 희망”
미·중 사이에 끼어 ‘곤혹’

이도 저도 못하는 정부
‘결단’내려야 할 상황 임박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계기로 수면 위로 급부상한 남중국해 난사(南沙)군도 분쟁을 놓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중의 압박 강도가 높아지면서 정부가 잘못 대응할 경우 박근혜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균형외교의 바로미터가 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자칫 굳건함을 자랑하던 한·미 동맹이 갈등을 일으킬 요소마저 내포하고 있어 더욱 고민이다. 난사군도를 둘러싼 남중국해 분쟁이 현재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선택을 마냥 미룰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미·중 사이에서 곤혹스러운 입장이지만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다. 남중국해 문제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그동안 여러 외교채널로 “남중국해 문제에 목소리를 내달라”는 메시지를 던졌던 미국의 요구가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중국이 국제 규범과 법을 준수하지 못하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남중국해 문제에 한국의 입장 표명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미국 정상의 이 같은 발언과 요구는 극히 이례적인 일로 미국의 압박 수위가 심상찮음을 보여준다. 지난 6월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한 세미나에서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 “한국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던 것이 더 선명해지는 양상이다.

미국은 표면적으로 한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보편적인 원칙과 법치를 위해 입장 표명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속내는 다르다.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미·중이 첨예한 갈등 구도에 있는 만큼 한국이 지금처럼 모호한 입장을 견지하지 말고 보다 분명한 태도를 취하라는 압박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 “이 지역 평화와 안정이 계속되기를 희망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혀 왔다. ‘전략적 모호성의 전략’인 셈이다. “남중국해 지역에서 항행의 자유 보장과 평화·안정이 중요하고, 중국과 동남아 관련국이 이미 합의한 ‘행동선언’(DOC)의 완전한 이행과 조속한 ‘행동수칙’(COC) 체결이 중요하다”는 답만 되풀이해왔다. 그러나 최근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고조되며 최악의 경우 군사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상황이 여의치 않게됐다. 19일 일본 교도(共同)통신은 “미국은 중국이 남중국해 난사군도에 건설 중인 인공섬 12해리 내에 미군 함정 파견 방침을 동남아 관계국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1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인공섬의 해역 안으로 외국 군함이 진입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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