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블랙박스 화면 게재하며
“택시비 먹튀男 제보를” 글
삽시간에 조회 수 5만여건
얼굴 등 공개 마녀사냥 우려

신상 노출되자 보복폭행 등
제2범죄 이어지는 경우도


지난 5일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택시비 먹튀남’이라는 제목의 글(사진)이 올라왔다. 자신을 택시기사의 아들이라고 밝힌 한 남성이 SNS를 통해 택시비를 내지 않은 손님을 공개수배한 글로, “경기도 여주에서 대전까지 택시를 타고 먹튀한 놈”이라며 “저희 아버지 눈을 찌르고 도망갔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게시물에는 차량 내 블랙박스 화면에 찍힌 ‘먹튀남’의 얼굴이 함께 게재됐고, 남성의 얼굴과 표정, 옷차림 등이 선명하게 찍혀 만천하에 공개됐다. 해당 게시물의 조회수는 5만4000건을 넘어서면서 택시비를 내지 않은 남성을 비난하는 댓글이 수백 개 달렸고, 삽시간에 다른 사이트로 퍼져나갔다.

온라인상에 개인이 범죄 가해자들의 사진을 올려놓고 ‘수배’나 ‘제보’를 부탁하는 ‘내멋대로 공개수배’가 크게 늘면서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도 엄격한 기준을 두고 결정하는 공개수배가 온라인상에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면서, 마녀사냥이나 신상털기 등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런 형태의 내멋대로 공개수배가 다른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3월 24일 오전 3시 인천 부평구 한 길거리에서 여자친구와 있던 조모(21) 씨는 우연히 박모(25) 씨가 야구방망이를 들고 싸움을 하러 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조 씨는 이를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SNS에 올렸고 박 씨가 화난 표정으로 야구방망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진이 온라인상에 퍼졌다. 자신의 신상이 노출된 것에 화가 난 박 씨는 사진을 올린 사람을 수소문했고, 결국 조 씨를 찾아가 보복성 폭행을 했다. 결국, 이들은 공동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 6일 서울남부지법에서 각각 징역 2월과 4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공개수배란 경찰이 지명수배나 지명통보를 하고서도 6개월이 지나도록 검거하지 못한 중요범죄 피의자를 제보를 통해 체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수사 방식이다. 경찰도 범죄수사규칙에 따라, 법정형이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어 체포영장 또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자 등에 한해서만 시행하고 있다. 공개수배 대상을 선정할 때도 경찰청 훈령에 근거해 외부 전문가 2명 이상을 포함해 7명 이상 11명 이하로 위원회를 구성해 5명 이상 출석과 출석위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이효은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설령 사진을 올린 사람이 범죄로 피해를 본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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