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차려 드릴게요. 씻고 오세요.”
10년쯤 같이 산 것처럼 말했지만 시선은 내려졌다. 손에 젓가락을 들고 있는 것도 어색하다. 그때야 어깨를 늘어뜨린 김광도가 다가가 세 걸음쯤 앞에 섰다. 그날 밤, 김광도는 장현주를 부산호텔 앞에 내려주고 돌아왔다. 돈이 없을 것 같아서 5000달러를 주었더니 장현주는 아무 말 없이 받았다. 그것이 일주일 전이다.
“뭐, 부담 느낄 것 없는데….”
김광도가 조금 으스대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깨가 치켜졌다가 내려갔고 배가 내밀어졌다.
“그때 내가 말했던 것처럼 다 끝났으니까 도장 찍어줄 용의도 있고.”
오늘 낮에 부산호텔 108호실로 노숙자 차림의 가족 넷이 들어섰다. 바로 장현주의 가족이 북한에서 온 것이다. 방한복을 준비하지 못해서 경비대에서 구해준 낡은 방한복을 똑같이 입은 넷이 방 안으로 들어간 후에 울음소리가 한참 동안이나 들렸다. 장현주의 어머니, 오빠, 올케, 그리고 조카다. 그때 몸을 돌린 장현주가 가스레인지 불을 끄더니 다시 김광도를 보았다. 이제는 조금 차분해졌고 눈동자도 흔들리지 않는다.
“우리 식구 넷을 어떻게 하죠? 당분간 이곳에서 살게 하면 안 될까요?”
그러고 보니 부산호텔은 1급이다. 하루 숙박비가 250달러다. 눈만 치켜뜬 김광도에게 장현주가 말을 이었다.
“우리 둘은 실크로드 방에서 자고요. 괜찮겠죠?”
“그럼 섹스는 어떻게 하고?”
정색한 김광도가 묻자 장현주가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대답했다.
“이번에 가게 증축 작업을 할 때 40피트 하나만 더 놓죠. 지금 숙소는 사무실로 쓰고요.”
“그럼 오늘 밤이 이 집에서 마지막 섹스가 될 건가?”
머리를 기울였던 김광도가 생각났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선 안 했구먼.”
“고마워요.”
“아직 해주지도 않았는데 뭘.”
“나, 잘할게요.”
“당신 몸은 괜찮았어, 나하고 궁합도 맞고.”
“오빠도 좀 취직시켜 주세요.”
“오늘 밤 세 번만 해주면 고려해보지.”
“네 번도 좋아요.”
마침내 끌려든 장현주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역시 남조선 남자들은 속물이야.”
“임기응변이 탁월하지.”
“호텔에서 생각 많이 했어요.”
“나하고 섹스 생각?”
“정 그렇게 하고 싶으면 지금 해요.”
정색한 장현주가 한걸음 다가와 섰다.
“밥 먹기 전에 해요?”
“좋지.”
다가선 김광도가 장현주의 허리를 당겨 안았다. 그때 장현주가 김광도의 목에 팔을 감으면서 말했다.
“키스부터.”
김광도가 머리를 숙였을 때 하반신을 딱 붙인 장현주가 속삭였다.
“애무 오래 해줘요. 그냥 막 넣지만 말고.”
“이 여자, 선수로군.”
그러나 김광도는 안다. 장현주는 말만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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