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일 제3차 저출산·고령화 대책 공청회를 열었다. 무주택 신혼부부의 주거비 지원을 위해 신혼부부의 전세자금 대출한도를 확대하고 전세 임대주택 지원 자격을 완화하며, 무주택 예비부부에게 신혼부부 임대 주택의 우선 입주를 허용하는 방안이 들어 있다. 임신·출산 관련 진료·검사 시 본인 부담금을 5%로 낮추고, 난임 관련 검사·치료 비용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도록 한다. 또한, 국가가 미혼 남녀에게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고, 남자의 육아휴직 인센티브를 3개월로 확대키로 한다. 노인연령 기준을 만 65세에서 70세로 높일 것을 검토하고, 비혼·동거 가정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예정이다. 다문화가족 융합책도 제안하고 있다.
길을 잃은 모습이다. 문제에 대한 합당한 통찰과 분석이 빠져 있다. 대책의 현명함과 치밀함도 부족하다. 한마디로 정성이 없다. 수십조 원의 예산을 허비하고도 반성도, 시정의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공청회 현장에서도 ‘종합 선물 세트’ ‘역차별’ ‘무슨 파노라마’ ‘파편적’ 등의 독설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 정부 대책의 문제점을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해 본다.
첫째, 저출산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우리 사회의 모든 모순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정책가는 1만 개의 문제 중에서 핵심적인 문제를 찾아내야 한다. 학자들은 학문 분야에 따라 전혀 다른 문제점들을 지목한다. 정치인들은 성향에 따라 또 그리한다. 이들은 주장은 하지만 책임지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정책가는 병목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그들이 월급을 받는 이유다. 저출산을 초래하는 핵심적인 원인을 철저한 분석에 따라 도출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해 국민의 합의를 구해야 한다. 정부가 찾아낸 핵심적인 문제점에 국민이 동의하면 자원을 충분히 투입할 수 있다. 지금처럼 모든 문제를 나열하고 매우 부족한 자원을 이곳저곳에 찔끔찔끔 흩뿌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둘째,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분리해서 접근할 때가 됐다. 10여 년 전에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됐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당시에는 화급한 나머지 문제를 묶어서 종합적으로 접근하려 했다. 하지만 문제의 뿌리와 경과가 다름을 이제는 알게 됐다. 결국, 19일 정부가 발표한 안은 국민의 절반 이상을 대상으로 한, 그저 그런 일반적인 복지 정책의 잡화로 퇴화하고 있다. 정책의 타깃 집단을 조금 더 명료하게 하고 각각의 필요에 부응하는 날카로운 초점이 필요하다.
셋째, 발표된 정책은 매우 안이한 논리와 가설에 입각한 것이어서 결국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 신혼부부의 주택 문제를 완화해준다는 대책들은 그저 부동산 시장의 전세가를 높이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임신 및 육아와 관련된 각종 인센티브는 상대적으로 비정규직의 확대와 처우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차별금지는 동등한 대우를 보장하기보다는 직장이나 일반 사회에서의 소외를 낳을 것이다. 또한, 노인 연령 기준 상향 조정이나 국가가 미혼남녀 만남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등의 설익은 대책은 정부의 진지함과 신뢰성에 두고두고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커다란 현안이며 풀기 어려운 과제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이러한 당위에 비춰보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 신중하지도 않고 정성도 매우 부족한 불량품이다. 입증은 매우 간단하다. 젊은이들이 정부의 이번 대책을 본 후에 과연 결혼해서 아이를 여럿 낳을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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